[제1보] ○이창호 9단 ●목진석2단 박카스배 천원전
기사입력 1996년 08월 07일 16시 12분
## 본선 토너먼트 제7국 제 1 보(1~10) = 동양증권배에 이어 후지쓰배까지 거머쥐어 세계 최강자임을 만천하에 알린 이창호 9단의 등장. 얼마전 7단에서 2계단이나 껑충 뛰어 승단을 한 터라 `이창호 9단!' 이렇게 부르는 모양새가 어쩐지 조금은 서걱서걱하다. 실력으로야 벌써 9단을 주었어도 이상할 게 없지만 최고 경지인 9단에는 실력외의 경륜, 품격의 문제가 얽혀 한동안 유보돼 왔던 것인데. 특별승단한 이 9단의 마음은 말 그대로 `시원섭섭'. 그동안 폭주하는 국내외 대국에 시달려온 점을 생각하면 20국쯤 남아 있는 승단대국이 자동으로 해결된 셈이므로 얼음물을 한사발 들이킨 것처럼 시원하지만 성격상 순리대로 한계단씩 승단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섭섭하기도 한 것이다. 10관왕 이창호가 국내기전 본선무대에 나타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예전에는 이창호와 마주치면 `어이쿠, 한판 날아갔네!'하면서 머리를 감싸쥐기가 일쑤 였는데 요즘은 반응이 좀 다르다. `어, 이창호야? 그럼 한수 배우는 거지 뭐…' 이런다. 달리 생각하면 공식대국에서 1인자와 한판 둘 수 있다는 건 행운에 속한다. 특히 마른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 깨우침이 빠른 신예들에게는 이창호와의 한판 한판이 일종의 세례와도 같다. 두렵기는 커녕 즐거운 일인 것이다. 오늘의 목진석 2단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는 않는 듯. 1인자 이창호에게 한수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출발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신예 특유의 투지도 불사른다. 일찍이 한-중교류전에서 거함 섭위평 9단을 격침시켜 주목을 받았던 소년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두 기사의 96년도 상반기 성적표가 나왔다. 이 9단은 고단자 다승부문 2위(23승 18패), 승률부문 6위(64.7%)이고 목 2단은 저단자 다승부문 3위(25승 1무 5패), 승률부문 1위(82.3%). 단순비교로는 목 2단의 성적이 앞서지만 학년(?)이 높아질수록 공부의 질이 다르다는 것을 참작하면 될 터. 흑을 쥔 목 2단의 1, 3, 5 삼연성 포석. 역시 패기만만하다. 백 8에 손을 빼, 하변 화점으로 날아가 흑 9. 목 2단의 별명은 `우주소년'이다. 1인자를 동반하고 우주여행이라도 하고 싶다는 뜻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