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수첩]'땅꼬마' '학다리' 들의 기록전쟁
기사입력 1996년 08월 02일 15시 56분
역도장에선 `땅꼬마'들이, 육상장에는 `학다리'들이-.
271개 금메달을 놓고 세계 197개국 1만6천여명의 선수들이 메달경쟁을 벌이는 올림픽 경기를 취재하노라면 기자는 마치 희안한 세상에 와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도대체 `정상적'인 체격을 가진 사람들은 보기가 힘들다. 간혹 그런 선수들이 있다해도 그들은 끝내 시상대에는 오르는 경우가 드물다.
역도에서 첫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하며 지구촌의 역사(力士)임을 자랑한 의 영웅 나임 술레이마놀루는 분명 우리네 보통 사람과는 다른 체형을 가졌다.
작달막한 키에 팔과 다리가 오그라붙은 것 같은 `기형'임에 틀림없다.
지구상에서 가장 무거운 중량물(인상 197.5㎏, 용상 260㎏, 합계 457.5㎏)을 들어올린 무제한급 우승자 셰메르킨(러시아) 역시 마찬가지다.
장소를 육상장으로 옮겨보면 상황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1m 90이 넘는 훤칠한 키에 다리는 마치 학다리와도 같이 긴 `인간새'들이 판을 친다.
100m 에서 세계신기록(9초84)을 수립하며 지구촌에서 가장 빠른 총알 사나이에 등극한 캐나다의 도노번 베일리, 멀리뛰기서 올림픽 4연패를 수립하며 아홉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칼 루이스도 분명 우리네 `정상적인' 사람의 모습은 아니다.
드림팀이 경기를 하는 농구장의 모습은 한술 더뜬다.
꺽다리에, 학다리에, 팔까지 수양버들 처럼 흐느적 거린다.
이렇듯 스포츠란 결코 `스탠더드' 체형을 가진 사람이 잘할수 없는 `특수한 일'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지구촌의 수많은 스포츠 지도자들은 지난 수년 동안 `스텐더드 인간숲'을 헤치며 `기형아'를 찾아 헤맸는지도 모른다.
피나는 노력으로 그들을 조련한 덕분에 경이적인 기록(Record)이 수립되고 40억 지구촌 가족들은 연일 감동과 환희를 맛보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 애틀랜타 특파원 김의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