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통신] 지방친구 사귀고 팔도 순례
기사입력 1996년 07월 23일 16시 06분
## 꽁짜 전국일주족 활개 공짜 전국 일주에 나서는 사이버족이 늘고 있다. PC통신 채팅을 통해 전국 곳곳에 친구를 박아 두고 여름 방학을 틈타 8도 순례에 나서 숙식은 물론 관광까지 해결하는 것. 방학 6개월~1년전부터 지방 친구 사귀기에 돌입하는등 공짜 전국 일주를 계획하는 사이버족들의 노력은 치열하기까지하다. 과 등 적지 않은 통신서버가 자기소개란에 거주지를 게재하고 있는만큼 공략 대상 설정에는 별반 어려움이 없는 편이라고. 일반적인 채팅족이 이성 친구를 택하는데 비해 전국 일주를 꿈꾸는 사이버족들은 숙박 의뢰가 손쉬운 동성 친구를 선호하는 것이 특징이다. 신유호군(23.신방과 3년)은 "신세를 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도움을 줄 수도 있는만큼 누이 좋고 매부좋은 일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채팅 대신 지방 통신서버의 동호회에 가입해 친구를 사귀는 방법도 애용된다.
행선지마다 그곳 동호회 회원을 대상으로 번개(통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정기적 모임)를 때리거나 정기모임을 주최해 뜻을 이루는 것. 일대 일로 부딪쳐야하는 채팅에 비해 한 장소에서 많은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통한다. 한편 인터넷과 영어에 능숙한 소수의 사이버족은 외국친구를 사귀어 해외여행을 하기도 한다. 경비도 절약되고 외국 문화를 속속들이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외국 친구와 교환 여행을 하는 사이버족이 적지 않다는 후문. 성균관대 박민수군(23.경영학과 2년)은 "인터넷으로 사귄 유럽 친구 몇명이 이번에 우리나라에 오게 됐다"며 "지난해 유럽배낭여행때 도움을 받은만큼 신세를 갚아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사이버족들의 공짜 전국 일주 붐은 그러나 상부상조의 미덕을 재확인한다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 상식 이하의 매너로 부작용을 양산하는 일부 얌체족으로 인해 비난의 소지가 될 우려도 없지 않다. 자신의 여행때만 친구를 찾아가 만나고 상대방이 찾아오면 피하는 식의 상식 이하의 매너를 보이는 사람이 간혹 있기 때문. 익명성을 이용해 여성을 가장하는 남성이 적지 않은만큼 동성으로 알았던 지방 친구가 이성으로 판명되는 문제점도 딱히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