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수첩] 합동훈련하는 남북선수
기사입력 1996년 07월 16일 14시 17분
북한선수단이 15일 오전 10시30분(현지시간) 입촌식에서 인공기를 게양함으로써 애틀랜타 올림픽 참가의식을 모두 마쳤다. 조직위측의 환영을 받으며 40여명의 참석자 모두가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그들의 미소는 왠지 어색해 보였다. 8년전 지척인 서울에서 우리가 개최했던 88 올림픽 참가는 `나홀로' 거부한 채 고립을 자초했던 그들이 지난 반세기 동안 적(敵)으로 삼아왔던 미국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에 참가하고 짓는 웃음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뒤늦게 `올림픽 정신'의 참뜻을 이해한 것일까, 아니면 올림픽 참가를 경제난 타개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걸까.
북한은 이번 올림픽에서 취재기자와 경기임원 등 20여명이 어려운 주머니 사정 때문에 한인회의 도움을 받으며 민박하고 있다. 각 언론들은 민박하고 있는 북한선수단의 취재를 위해 코리아타운 이곳저곳을 뒤지는 해프닝도 연출되고 있다. `구경거리'가 돼버린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들이 경제적인 이유이건 어떤 이유이건 우리와 좀 더 가까운 거리에 다가선 것만은 반가운 일이다. 북한 유도선수 계순희가 한국선수들과 합동훈련을 하고, 남북탁구가 한 자리에서 연습을 하는 등 지난 90년 연출됐던 `북경의 봄'이 모처럼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 민족은 평소 원수처럼 싸우다가도 환난(患難)을 당하면 서로 돕는 아름다운 전통을 갖고 있다. 북한이 어떤 이유로 우리에게 접근해왔건 그들을 따뜻하게 포용하고 애틀랜타를 `남북 화합의 장(場)'으로 승화시키는 일은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