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돌아서서 떠나라
기사입력 1996년 07월 12일 16시 00분
**폭력배 두목-여의사 순애보
공연 리뷰@@ 한명구-정경순 2인극…애절한 감동
부패한 감각주의의 `상업소'가 대학로를 어지럽히고 있는 가운데,
운명적인 사랑이야기를 맛깔스럽게 그린 작품이 관심을 끌고 있다. 극단 산울림이 산울림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2인극 `돌아서서 떠나라' (이만희 작, 채윤일 연출)가 그것으로, 잔잔한 감동을 객석에 뿌려주고 있는 것. 이 무대는 폭력조직 두목과 여의사와의 `순애보'를 다룬 멜로드라마의 형식에다가 두 등장인물의 사랑을 통한 존재의 양식을 정통적인 연극만들기로 보여준다. 어느날 조직간의 싸움으로 상처를 입고 병원을 찾은 깡패두목 공상두와 그를 치료하는 의사 채희주의 만남. 그 만남은 짧은 순간으로 이어지고 세월이 흐른 뒤 다시 이들은 재회하게 된다. 공상두는 폭력사건에 연루되어 사형집행을 받은 부하의 생명을 건지기 위해 스스로 경찰에 자수할 것을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채희주를 찾은 것. 이들의 짧은 재회 역시 긴 이별이 복선처럼 깔려있다. 이별을 눈치 챈 채희주는 공상두에게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고 떠나가는 남편을 위해 `돌아서서 떠나라'는 대사로 막을 내린다. 결국 공상두는 감옥으로 가고 채희주는 수녀가 되어 그를 면회가는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중심 축이다. 이 연극은 몇가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첫째, 사랑에 관한 의미찾기이다. 순수한 사랑을 잃어버린 시대에 깡패두목과 여의사라는 이질적인 인물을 등장시켜 이들이 펼치는 순애보를 그려내는 것. 둘째 존재의 의미찾기이다. 두 인물을 통해 존재라는 것은 어떠한 관념과 통념을 넘어서서 자신의 운명을 저울질 한다는 것이다. 셋째, `언어의 마술사'로 불리는 이만희의 희곡을, 충격적인 실험무대를 주로 선보여온 채윤일이 연출, 서로 상이한 연극세계를 조화시켜 독특한 관극체험을 안겨준다. 넷째, 개성파 배우인 한명구와 정경순의 앙상블이다. 이들은 그동안 이질적인 연기술을 보여 왔으나 이번 무대에서 장단점을 서로 보완, 확대시켜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보여주는 열연을 펼치고 있다. 9월15일까지. 334-5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