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29)
기사입력 1996년 07월 03일 16시 25분
+++++ 서머 타임 (6) +++++.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 그는 호텔룸으로 돌아온 후 실내 냉장고의 맥주를 깡그리 죽였다. 평소 맥주 한잔이 주량인데, 오늘밤엔 끝도 없다. 그녀 생각만 하면 목구멍이 탄다. 내일 하루를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그는 침대에서 뒹굴뒹굴 뒹굴며룸에 비치된 `괌' 가이드를 뒤적거렸다. 세상엔 공부 빼놓고는 다 잘하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공부잘하는것빼고는 다른 부문은 진짜 `아니올시다'인 타입이 있다. 33세. 오영진. 신경외과 의사로선 더할나위없이 장래가 촉망되는 그가 대표인물.
초등학교-중--고-대학에서 공부 등수를 마음대로 조절해왔다.
특히 중-고생땐 1등은 늘 하는거라 지겨워 일부러 3등쯤 해보자생각하면 정확하게 전교에서 3등을 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단답형 정답을 2개만 다르게 쓰면 그렇게 되는거다.모든 학생들이 그토록 부러워하고 모든 선생들이 그토록 칭찬을 했지만기실 그의 가슴엔 깊은 콤플렉스가 있다. 놀 줄 모른다는 게 그거다. 놀아본 적이 없으니까 감히 놀아보려는 용기도 없고 그래서 할 수 없이 공부만 하는 공부의 악순환(?)이 거듭된 것이다. 그에게 꿈이 있다면 공부를 반에서 10등쯤 하면서 쾌활하게 잘 놀줄아는 완벽한 인간(?)이 될 수 없을까? 하는 것이 고교시절의 한이었다. 수석으로 들어간 의대에서도 이런 현상은 마찬가지. 결국은 공부의 악순환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다. 동료들 중에는 의사로서의 사회적 지위를충분히 적용, 즐겁네 놀고 멋지게 사는 친구들도 상당수 있는데 그에겐그것이 불가능했다. 결국 맥주를 모두 비우며 내일 어떻게 놀까 생각한 결과를 보니 자신이 생각해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바닷가에서 수영하다가 호텔에서 바비큐로 식사하며 술한잔 하는 것밖엔 뭐 특별한 `꺼리'가 생각 안나는 거다. 그러다가 찾은게 사격장이었다. "총을 쏴보고 싶었어요". 장유미는 거침없이 실탄을 갈겼다. 그는 생각지도 못했던 계획을, 그녀는 장쾌하게 제안하고 지금 흥분과 전율이 찌릿찌릿한 시간을 즐기고있는 것이다.
군의관으로서 지낸 군생활에서 그는 총과 친해볼 시간이거의 없었다. 한데 지금 막상 리벌버권총을 계속 갈겨보니 쾌감이 온다. 군에 있을때 사단내에서 유독 사단장만 차고 폼잡던 회전식 리벌버 권총 아닌가. 저 멀리 표적대 위에 수박을 가지런히 놓고 탕탕탕 여섯발 중에 한 두발 총알이 적중할 때마다 수박파편이 팡팡 튕겨오른다.
파괴본능의 쾌감이 이런 것인줄 새삼 느꼈다. "여기 보세요. 이젠 내가 수박을 쏴 보겠어요". 그녀는 물빠진 청바지에 배꼽이 살짝 들여다 보이는 T셔츠를 입은 채베레타권총을 겨눈다. 옆에서 총알을 장전해주고 사격 가이드를 하는 금발의 청년이 발사 사인을 한다. 그녀는 두손으로 총을 움켜쥔 채 아주 대담하게 방아쇠를 당겨댔다.표적대 위에 남아있는 수박들이 모조리 폭탄 터지듯 박살이 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