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21)
기사입력 1996년 06월 25일 14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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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우는 여자 (8)
----. 그녀말대로 아르바이트건을 수없이 건졌다. 2평짜리 점포에 무엇을하면 돈버는가, 길이 훤히 보였다.
영화 포스터전문숍을 비롯해 세련되고 아담한 가게들이 개성을 뽐내며 줄서 있는 거리가 `지유카오카'였다. 우리는 그날 다시 `시모키타자와'까지 점령(?)했을때 난 이번 여행이대성공임을 확신했다. 시모키타자와 역시 빌딩하나 없이 줄줄이 줄줄이 독창적 아이디어를가진 숍들의 연속이었다. 애초에 내가 생각했던 비디오게임기 중고 소프트도 가요CD중고품도 여기와서야 물건이 제대로 채워졌다. 이 거리가게들의 특징중 하나가 개성있는 젊은 주인들이 개성있는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중고품만 해도 브랜드부티크 즉 원래 엄청나게 비싼 브랜드 옷들을 와장창 떼다가(또는 싸게 사서) 대중적 가격으로 팔아대는데 놀랍게도 젊은여자 손님들이 빡빡거린다. 아무리 비싼 브랜드 옷도 입다보면 싫증나고 처박아 버리는 여자들이많다. 이런 옷들을 적당한 가격에 사들이고 자기 가게에서 최대한 깨끗이 보수한 뒤 훨씬 비싼 가격에 팔아댄다. 하지만 자기 급료나 용돈으로는 절대 살수 없던 세계명품 브랜드를 꼭입으려는 여자들이 상당수 있는거다. 중고품이라도. 그녀가 설명해준 여자 라이프스타일 전문숍이라는 것도, `지유카오카',`시모키타자와' 두군데를 보고 나서야 감이 잡혔다. OL이라는 대소비계층은 자기 방을 꾸미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그녀들은 자기 방을 인테리어 할때 어떤 소품을 놓으면 돋보일까에고민 한단다. 라이프스타일가게는 바로 그 어떤 소품들을 집중연구하고 실험해서 물건을 비치한 곳이다. 종류와 크기에서 가게들도 가지각색이고 물건도 천차만별 이지만 공통적인 현상은 모두 장사가 노가 난다는 현실을 눈으로확인했다. 난 비소로 이번 여행을 위해 그녀가 얼마나 나름대로 연구했는가를깨달았다.
아르바이트를 위해 거의 4년 대학생활을 다 바치고 그것밖에는 관심이 없는 내가 실망하지 않도록 자기 친구들에게 정보교환은 물론일본관계서적과 에 대한 잡지 특집들을 전부 뒤졌던 것이 틀림없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나역시 신주쿠, 긴자, 이케부쿠로같은 대형건물들의스트리트밖에는 못보고 갔을 것이 틀림없다. 우리가 시모키타자와를 다 파헤치고 다리가 아프다 느꼈을 땐 어느새땅거미가 질 무렵이었다. "좀 건졌어요". 셀프서비스의 카페에서 맛있는 생크림케이크와 특색있는 커피를 마시며그녀가 묻는다. "건진 정도가 아니라 퍼 올렸습니다.
학교 앞에 있는 내 손바닥만한점포에도 무엇을 할 것인가 아이템이 펑펑 솟아오릅니다". 그녀가 담배를 물며 조용히 웃었다. "예를 들면 어떤 것?" "하하 날 테스트하는 겁니까? 지금 여기 카페만 해도 그렇죠. 실내는 보통의 셀프커피체인과 틀리게 분위기를 만든뒤 일부러 셀프 시스템으로 운영하잖아요. 인건비를 줄여 커피값을 싸게 한다는 것도 있지만 그 보다는 이런식 카페 봤냐는 개성을 뽑내기 위한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