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20)
기사입력 1996년 06월 24일 20시 54분
==== 담배를 피우는 여자(7) ====. 신주쿠, 시부야, 이케부쿠로, 우에도, 긴자, 아카사카 대충 이런 거리들이 여행객들의 공통 방문장소다. "진짜 는 그런 곳들이 아니라는데요". "하루를 갔다와도 지유가오카, 시모키타자와, 세이죠, 다이칸야마를갔다오래요. 잡지의 특집을 봤는데...". "그건 무슨 의미죠?
신주쿠나 긴자를 안 돌아다니고 어떻게 를봤다 그럽니까? 지금 말하는 곳에 가면 뭐 특별한 구경거리가 있나요". "그건 뭐라 그럴까. 구경거리의 의미보다는 우선 서울하고 확실하게틀린 분위기고 저런 동네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우러나는 곳이라고 쓰여있어요". 그녀말대로 우린 신주쿠에서 덜컥 택시를 타고 자유언덕이라는 의미의장소로 날았다. 여자들에게는 정말 뿅갈 곳이라 느껴졌다. 유럽풍을 일본화시킨듯한거리였다. 커다란 건물이라곤 전혀 없다. 그러나 블록블록마다 예쁘고화사한 상점과 카페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고 거리 사이사이엔 나무들과공원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들은 살만한 곳이라 느끼겠는데요". 내말에 그녀는 조용히 웃었다. "재미없는 동네 같아요? 남자에겐?". "그건 아니고.
나같이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것 좋아하는 놈에겐뭐 건질게 별로 없네요. 거리 전체가 온통 다 예쁘고 세련되긴 한데...". "아르바이트거리 건질 게 없어서 그렇죠? 난 그렇게만 생각하진 않아요. 봐요 지금 저런 가게들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숍(shop)들이잖아요". 그녀말대로였다. 옛날 만을 파는 숍. 20세기 초기의 명작부터 전쟁과 사랑, 액션과 모험, 예술과 인생의 꿈들을 담은 대형포스터.빛바랜듯한 옛날 배우들 얼굴이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하고 있었다. 난 꼬맹이때 TV에서 흘러간 명작극장에서 보며 갈등했던 존 웨인 영화`아라모' 포스터를 샀다. 그녀는 알랭들롱의 `태양은 가득히' 대형포스터를 골랐다. "우리시대 배우는 아니지만 정말 완벽한 매력을 가졌던 남자같아요.날카로운 아름다움과 숨막히는 아름다움에서 이런 남자는 다시 없는 것같아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계속 포스터의 파일을 고르다간 몇 개를 지적한다. 창고에서 그녀가 원하는 포스터들을 갖다주었다. 모두가 프랑스영화였다. 아 저건! 난 하마터면 소리를 낼 뻔했다. 목까지 올라온 말을 입을앙 닫으며 참았다. 오랫동안 형의 방에도 걸려 있던 그림이다. 장 폴 벨몽도가 믿을수없이 젊을때 나왔던 영화 `네 멋대로 해라'. 형은 대학때 프랑스문화원에서 그 영화를 보고 와서는 나한테 연기까지 해대며 그 영화에 대해 5시간쯤에 걸쳐 얘기를 할 정도였다.
말할필요도 없이 지금 내 옆에 있는 이 진주라는 여자가 그날 프랑스문화원에 같이 갔던 파트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