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애욕의 소용돌이(7)
기사입력 1996년 06월 17일 16시 02분
**"소녀가 실…수한 것입니까?"
사원은 그 손길을 피하지 않는다.
단지 두 눈을 뜨지않고 음미하고 있을 따름이다. 부드럽고 따스한 손은 피비린내의 무림을 종횡하는 사내를 새로운 평화로 인도하고 있었다.
손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는가.
보지 않아도 느끼는 아름다움이 사원의 구석구석을 어루 만지고 쓰다듬는다.
그는 누운 채로 손을 뻗어 술병을 쥐었다. 술은 독하기로 이름난 화주(火酒)였다. 사원은 망설이지 않는다.
그는 단숨에 반 병을 비웠다. 여인은 그 순간에도 애무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사원은 내심 중얼거린다. 난 술을 좋아하고 술을 마시면 반드시 여자를 찾는다고. 그는 남아있는 술을 다시 들이켰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화주의 독함이 그를 취하게 만들었다.
사원은 힘껏 여자를 껴안았다. 여인은 떨고있었다. 그것은 또 다른 자극이 되어 사원의 사내를 팽창 시켰다.
하지만 사원은 문득 의혹을 느낀다. 모용추는 얼마나 대단한 여자던가. 그녀가 떨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취기가 그의 전신을 지배하고 있지만 그래도 그는 쉽게 무너질 사람은 아니었다.
사원은 깊은 어둠속에서 여인을 더욱 세차게 안았다.
"아…."
나직한 신음성이 새어 나왔다. 힘을 주었다. 이번에는 고통성이 터졌다. 사원은 냉정하게 내뱉는다.
"넌 누구냐?"
"…"
대답이 없었다. 사원은 좀 더 강하게 눌렀다.
"신분을 밝히라고 했다."
"일심부의 제자입니다."
갑자기 술이 번쩍 깨는 사원. 속았다. 모용추가 자신을 기만한 것이다. 분명 동침을 결정했던 그녀였다. 사원이 콧방귀를 날린다.
"흥, 모용추가 이토록 얕은 꾀를 사용할줄 몰랐군. 내 비록 주정뱅이지만 그래도 여인의 진가(眞價)는 놓치지 않는다."
여인이 당황한 듯 더듬거렸다.
"소녀가 실…수한 것입니까?"
"아니다."
"최선을 다하여 모시라 했습니다. 실수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하셨습니다."
"모용추를 부르라."
여인의 목소리가 잦아들고 있었다.
"거부하면 불…을 켜라 하셨습니다."
"그러면?"
"거절하시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원은 안력(眼力)을 돋웠다. 내공이 심후한 고수에게 어둠은 적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순간 사원은 몹시 놀라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