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카페] 기계인테리어 ‘공장카페’등장
기사입력 1996년 06월 07일 16시 35분
## 경기도 일산 '개벽'@@ 문닫은 공장시설물-공간 그대로 재활용 교도소, 선박 등으로 꾸민 이색카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엊그제까지 정말 시끄럽게 기계가 돌아가던 공장 내부에 `공장카페'가 들어서 화제다. 경기도 일산역 근처 덕이동에 최근 문을 연 `개벽(開闢)'이 화제의 카페.
카페 안에 들어서면 우선 살벌하고 무시무시한 갖가지 기계의 녹슨 잔해와 부속품들이 눈에 띈다.
누르는 힘이 100t이나 되는 프레스기도 있고 생김새부터 낯선 열교환기도 있다. 소각로가 카페 한편에서 난로 구실을 하고 있는가 하면 선박에서 음료탱크로 쓰이던 고철덩어리도 그로데스크한 위용을 자랑한다. 지난 4월15일 문을 연 이 카페는 공장으로 사용되던 시끄러운 공간이었다.
카페주인도 공장주인을 하던 유재경씨(45). 유씨는 공장에서 나온 기계와 폐자재로 인테리어를 꼬박 13개월 동안 혼자힘으로 해치웠다. "이곳에서 `자동화를 위한 계발장비'를 10여년간 만들어왔습니다. 기계와 씨름하다보니 사람이 그리웠나 봅니다." 공장을 운영하며 돈 잘 벌던 사장님에서 팔자에 없던 카페주인으로 몸을 바꾼 유씨의 변도 이렇게 인간적이다. 인테리어가 재밌고 주인이 후덕해 보여선지 벌써 대학생 화가 시인 등이 단골로 등록을 해놓고 있다. 또 `계(界)'에서 연구가로 통하는 유씨인지라 그쪽 사람들도 슬슬 발길을 들이고 있는 중이란다. 유씨와 종업원들로 구성된 사물놀이패는 종종 손님들에게 공연도 보여준다.
"상쇠는 제가 맡았고 주방 아주머니는 징을 칩니다. 카운터 여종업원은 장구를 치고 서빙담당 종업원은 북을 치지요. 종업원들 모두 저의 `계 제자들'인 셈이지요." 공장출신 카페답게 규모도 엄청나게 크다.
본채 1층의 공장카페와 옥상카페를 합해 100평, 별채 2층 펍과 옥상카페를 합해 70평 등 170여평. 대지만도 700여평이나 돼 카페 한편에서는 캠프파이어를 즐길 수도 있다. 메뉴는 당분간 `간단명료'가 원칙.
술로는 맥주 레몬주 등이 있고 주인이 녹차와 소주로 만든 동방미인주라는 것도 있다. 안주는 오징어 버섯모듬구이 소시지구이 파전 과일 등. 별식으로는 개벽감자구이와 구운옥수수 등이 있다. 한번에 400여개의 감자를 구울 수 있는 `감자굽는 기계'는 독일의 고물상에서 수입해왔다. 조만간 본채 2층에 고기와 야채 등을 손님들에게 주고 직접 구워먹게 하는 바비큐 공간을 선보일 계획이다. < 이승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