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LOVE LOVE LOVE .....이규형 (1)
기사입력 1996년 06월 04일 16시 30분
스포츠조선은 5일부터 영원한 청춘작가 이규형의 옴니버스 소설 `러브러브 러브'를 연재합니다. 아련한 추억 속의 사랑이야기를 감각적인 문체에 실어 펼칩니다. 순수한 사랑의 의미를 새겨나갈 이 소설에 애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 사랑의 홈럼편(1) ----------------. 그녀와 같이한 다음날은 방망이가 폭발한다. 오늘도 마음먹고 초구를 왕벽하게 갈겼다. `따-악!' 방망이에 맞은 볼은 어김없이 폭발적으로 뻗어나갔다. 초여름 그라운드에 가득 찬 관중의 대함성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1루를 돌아 2루까지 질주, 줄기차게 뻗어나간 볼은 아슬아슬하게 레프트담장을 때리고 튀어나온다. 3루까지 있는 힘껏 치달렸다. 3루수가 가로막은 앞을 쑤셔박듯 깊숙한헤드 슬라이딩. "쎄-입!". 장쾌한 3루타다. "으흠, 그것 참?". 지훈을 베이스 뒤에 주저 앉은 채 빙그레 웃었다. 흙먼지가 섞인 공기를 기분좋게 내뱉었다. 그리곤 베이스옆 흙에다 그녀의 이름을 장난스럽게 휘갈겼다. 고 은비. 서울에서 시합이 열리는 날은 그녀를 만난다. 그녀의 이름만큼이나 초록색 야채맛 나는 새콤한 키스, 서툴긴 하지만 말할 수 없이 진지한 그녀의 사랑. 지훈은 이날 10회말 연장에서는 굿 바이 히트까지 갈겼다. 팀 동료들과 저녁을 먹고 헤어진 뒤 그녀에게 삐삐를 쳤다. 늘 만나는 한남동 카페에서 와인을 한 병 마신 뒤 둘은 그의 아파트로 동행했다. 은비 그녀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가방에서 비디오를 하나 꺼냈다.영화관 학생이며 영화 마니아인 그녀는 늘 지훈에게 푸짐한 영화메뉴를먹여준다. "아주 맛있는 영화예요. 열번을 더 봤는데 볼때마다 새로운 맛이배어 나오거든요." "그래, 그럼 은비와의 키스에서 느끼는 맛과 똑같군.". 마마스&파파스의 팝송으로 도배질 한듯한 영화였다. 주인공들이 나오는 화면속에 그녀는 숨죽인 채 빠져있다. 고개를 약간 옆으로 기울인 채 무슨 의미인지 가늘게 한숨을 내쉬곤한다. 그건 8년전 북센터에서 처음 만났을 때 보았던 바로 그 표정이다. 8년전 여름, 고은비는 진짜 애였다. 중학교 1학년의 빼빼 마른 꼬맹이 소녀, 당시 대학졸업반이었던 지훈은 야구선수로서 슬럼프에 빠져있었다. 그때마다 미국 선수들의 사진과 기사를 보는 것이 큰 자극이되었다. 그래서 대형 북 센터의 외국원서 코너들을 찾아다녔다. 베이브 루스, 타이 콥, 루 게릭, 미키 맨틀, 조 디마지오의 사진들이그에게 큰 힘을 주었다. 꼬맹이 소녀와 어깨를 마주한 것은 바로 그런원서 코너에서였다. 소녀는 스포츠 코너옆의 영화코너에서 백과사전 만큼이나 두터운 영화책을 든 채 가녀린 한숨을 뿜고 있었다. 지훈이 전설의 야구왕 사진을 넘기는 동안 꼬마소녀는 전설의 영화인들 사진을 넘기고 있었다. 원서는 비싸다. 고급사진 희귀사진이 많이 나온 원서는 더욱 비싸다. 소녀는 몇번이나 조그만 지갑을 확인해댔다. 심각하게 그 안의 돈을세어보곤 책가격을 또 몇번이나 확인해댔다. 결국엔 고개를 숙인 채 보던 책을 꽂고 돌아섰다. 돈이 모자라서 보고 싶은 책을 못 본다는 것은 슬픈일이다. 지훈은급히 소녀를 따라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