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유치 비화] 아벨란제, 생일파티서 대세'인정'
기사입력 1996년 06월 03일 14시 44분
** 집행위 하루전날 일유치위에 `항복' 종용 한국과 의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가 확정된 후 가장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과연 언제 공동개최가 합의됐는가'하는 대목이다. 끝까지 단독개최 고집을 꺾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아벨란제 회장이 지난달 31일 (현지시간) 집행위원회에서 별다른 소동없이 공동개최에 합의한 것이 알려지면서 의문은 더욱 증폭됐다. 아벨란제는 집행위원회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집행위원들의 의견을 존중해 내가 적극적으로 공동개최를 이끌어냈다"고 밝혔지만 사실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럼 아벨란제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은 언제쯤일까.
이에 대해선 지난달 29일 취리히 사보이호텔에서 있은 아벨란제의 때늦은 80회 생일파티 석상이라는게 정설이다. 원래 아벨란제의 생일은 5월8일이지만 모처럼 집행위원들이 모이는 계기를 이용해 서로 얼굴도 볼겸 마련된 것이 이날 만찬이었다. 이 자리서 아벨란제는 격의없는 대화를 통해 `대세가 기울었음'을 어느 정도 확인했을 것이란 얘기다. 일설에는 사마란치 ()회장이 아벨란제를 로잔으로 불러 중재를 했다는 소문도 있으나 확인키는 어렵다. 아무튼 아벨란제는 공동개최 수용을 결심한 후 집행위원회가 열리기 하루전인 지난달 30일 유치위 고위관계자를 불러 `공동개최가 결의되면 수용한다'는 내용의 `항복문서'(?)를 받아내기에 이른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개혁 지지파들의 움직임이다.
아벨란제의 결심을 눈치챈 회장은 집행위원회가 있기 전날밤 한국지지를 선언한 집행위원들과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중에는 "표대결로 가면 한국이 무조건 이긴다. 이번에 아벨란제를 아예 보내버리자"는 주장도 만만찮았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같은 개혁파인 유럽축구연맹이 공동개최안을 자체적으로 통과시킨 상태고 여기에 "상대가 밉다고 똑같이 행동할 필요가 있는가"라는데 의견이 모아지면서 "아벨란제가 공동개최를 원하면 받아들이자"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집행위원회의 분위기에 대해선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공동개최 찬성파와 반대파가 13대8 정도로 나뉘어 고성이 오가는 격론을 벌였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한국 유치위측에선 1명이 일시적으로 반대한 것을 제외하곤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확한 진상은 아마도 한국측의 유일한 참석자인 정회장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