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지갑분실 학생들 대자보 천태만상
기사입력 1996년 05월 23일 16시 47분
** "이왕 갖고간돈 유용하게 써라" ** "네가 누군지 안다…갖다놔라" 한국 도서관에 얼마전 `불쌍한 인생에게'라는 제목의 조그만 대자보가 붙었다. 내용 "오죽했으면 남의 돈을 가져갈 수 밖에 없었겠는가, 이러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너의 비양심적인 인생이 불쌍하기만 하구나!" 도둑을 계도하기 보다는 제2, 제3의 피해자를 막자는게 글쓴이의 의도였다. 캠퍼스 지갑분실 관련 대자보가 날로 다양한 양상을 띠고 있다.
지갑을 분실한 학생들이 이에 대한 감흥을 각기 다른 형태의 대자보로 표출하고 있는 것. 과거에는 주로 분실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거나 제발 돌려달라고 애걸복걸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훔쳐간 도둑을 측은히 여기는 내용이 두드러진다. 개중에는 체념하는 척하면서 실속을 차리는 이도 있다.
"내가 지갑을 분실한 것은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잘못이 크다. 따라서 이왕 없어진 돈, 유용하게라도 쓰였으면 좋겠다. 다만 주민등록증과 학생증만은 돌려주기 바란다…." 한국 최석환군( 무역2년)은 "이런 체념적인 어조로 대자보를 내건 것이 지갑을 가져간 사람에게 어필이 된 모양"이라며 "며칠전 도서관 경비실에 누군가가 주민등록증을 맡기고 가는 일이 일어났다"며 웃음. 분실자가 너무 분노한 나머지 협박조의 문구를 써붙이는 경우도 있다.
"네가 누군지 안다. 그러니까 널 붙잡고 만천하에 폭로하기전에 잽싸게 경비실에 갖다 놔라." 캠퍼스내 지갑 도난 사건이 점차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만큼 이같은 이색 대자보의 출현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 이종훈군( 신방과 1년)은 "딱딱하고 사무적인 안내문 보다는 재치있고 코믹한 안내문이 아무래도 많이 읽힐 것"이라며 "읽는 사람이 많을 수록 찾을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