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쓰는 ML메시지]코치와선수는 '형님''아우'
기사입력 1996년 05월 21일 14시 52분
의 코치와 선수 관계는 한국과 다른 부분이 상당히 많다.
물론 나는 한국 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한국프로와 미국프로를 직접 비교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내가 대학까지 다니며 겪었던 한국 코치들과 에 와서 겪은 코치들의 스타일이 많이 틀린다.
이곳의 코치들은 선수들과 형이나 친구처럼 지낸다.
한국에서는 코치가 엄격하고 무서운 존재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다.
때로는 우리 상식으로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있다.
작년에 트리플A에 있을 때의 일이다.
커림 가르시아라는 선수가 투수코치 버트 후튼과 상소리를 해 가며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닌가.
평소 나를 지도해 주고 각별히 신경을 써 주는 후튼 코치에게 그런 막돼먹은 짓을 하는 것을 보니 분통이 터졌지만 분위기가 나설 자리가 아니라 억지로 참았다.
그리고 평소에도 여기 선수들은 코치나 감독과 이야기를 하면서 중간중간에 `F'로 시작되는 상소리를 마구 섞어 가면서 대화를 한다.
그러면서도 웃고 떠들고 함께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 이해를 해야할지 난감하다.
한번은 한 코치에게 한국에서는 선수들이 코치에게 항상 공손하고 존경하며 지내는데 여기 선수들은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선수들은 이미 마이너리그의 힘든 과정을 겪은 어른들이고 연봉도 많이 받는 스타들이기 때문에 코치들이 막 대할 수 없다는 애매한 이야기만 들었다.
요즘은 나도 모르게 이야기를 하다가 욕이 섞여 나와 문득 놀라며 반성을 하기도 하지만 코치들에 대한 존경심은 항상 지니고 있다.
이곳의 투수코치들은 기술적인 면도 지도하지만 주로 게임 운영과 템포조정, 그리고 상대타자들에 대한 상대법 등을 지도한다.
마이너리그에서 나를 지도한 버트 후튼코치는 에 대해 눈을 뜨게 해주고 커브볼을 가르쳐 준 스승이다.
에서 첫 승을 따내고 전화를 하자 자신에게 전화까지 할 줄은 몰랐다며 너무 반가워했다.
내가 지치고 힘들었을 때 항상 곁에서 용기를 복돋워 주고 희망을 준 아주 고마운 분이다.
지금 투수코치인 데이브 월라스는 나에게 체인지업을 완성시켜 주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영 먹히지 않던 체인지업이 작년 9월 에 복귀한 후 월라스 코치의 지도로 완전히 손에 익었다.
항상 차근차근하고 나의 잠재력을 믿고 더욱 잘해 주는 것 같다.
또 한 사람의 스승은 토미 라소다감독이다.
68세의 나이에 요즈음도 배팅 볼을 던지고 투수들에게 커브 시범을 보이는 라소다감독은 나를 워낙 아껴 주는데 투스트라이크 후에 커브볼은 어느 곳으로 던져야 하는지를 터득하게 해주었다.
요즘 투스트라이크 후에 커브볼로 삼진을 잡아내는 것은 라소다감독의 덕분이다.
코치들은 모두 나에게 잘해주고 아껴주니 `나는 참 복도 많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때마다 나는 다짐한다.
그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하리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