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수 김경원‘쑥스러운 1승’
기사입력 1996년 05월 09일 17시 16분
◈... `번지 수를 잘못 찾은 소방수.' 지난 8일 대전 한화전에서 연장 10회 승리투수가 된 OB 은 경기후 잔뜩 풀이 죽어 마운드를 내려 왔다.
덕아웃 한켠에 벌겋게 상기된 표정으로 서있는 감독을 힐끗 쳐다보고는 또한번 자라목이 됐다.
겉으로 보면 오히려 끝내기 안타를 맞고 진 팀의 형국이었다.
4대1로 1승을 챙긴 승리투수와 팀 4연승으로 신바람을 내야할 감독의 표정이 왜 그랬을까.
이날 1-0으로 앞선 8회부터 선발 을 구원한 은 9회말 한화 선두타자 조경택의 헬멧에 사구를 던져 화를 자초한뒤 동점을 허용했다.
결국 타선 폭발로 이기긴 했지만 의 승리를 뺏은 꼴이라 쥐구멍을 찾을 수밖에 없었던 것.
더구나 전날(7일) 조부상을 당한 이 경기후 곧바로 빈소인 경남 함양으로 내려가는 바람에 "미안하다"는 말조차 제대로 건넬 수 없었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소방수' 은 이날 `쑥스러운' 1승을 보태 3승(3패)으로 다승 공동 2위에 올라있다.
경기가 끝난뒤 이 털어놓은 한마디는 마무리 투수들의 속마음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이런 승리는 트럭으로 갖다줘도 싫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