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 유공 윤정춘
기사입력 1996년 04월 29일 16시 05분
**'돈과 명에' 차버린 프로정신 부천 은 96 아디다스컵 우승으로 총 3천8백만원의 상금을 벌어들였다. 우승 상금 3천만원에 득점왕에 오른 이 5백만원, 그리고 어시스트왕 이 또 3백만원을 챙긴 것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3백만원을 잃은(?) 선수가 있어 눈길을 끈다.
손해를 봤다기 보다도 `날려버렸다'는 얘기가 어울릴 것 같다.
스트라이커 윤정춘(23)이 그 주인공 이다.
어시스트 3개로 이 부문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던 그는 28일 포항과의 결승서 아무런 수훈을 세우지 못하더라도 어시스트왕으로 굳어질 것이 확실시 됐었다. 그러나 3백만원의 주인은 이날 전반 43분에 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것도 윤정춘에 의해.
아크 정면에서 이 찔러준 볼을 윤정춘이 어렵게 성공시켰던 것이다.
이로써 어시스트 2개였던 은 윤정춘이 성공시켜준 골 덕분에 어시스트 1개를 추가하며 윤정춘과 공동선두로 뛰어올랐고, 결국 경기 출전수가 적은 이 왕좌에 오른 것이다. 이날 은 포항과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이었다.
따라서 윤정춘이 마음 한번 달리 먹고 바깥으로 차냈더라면 모든 영광은 윤정춘의 것이 됐을 것이다. 3백만원의 상금이 문제가 아니다.
바로 `어시스트왕'이라는 칭호와 함께 프로선수들의 꿈이자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스타'로의 도약이 보장되기에. 지난 92년 프로데뷔 이후 줄곧 후보선수로 돌며 온갖 설움을 견뎌왔던 윤정춘으로서는 결코 이 천금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GK와 뒤엉켜 쓰러지면서 까지 최선을 다해 골을 성공시켰다.
사실 프로축구 골수팬들 조차도 윤정춘을 아는 이는 흔치 않을 것이다.
지난 92년 순천고를 졸업하고 에 입단한 그는 선수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심한 무릎부상과 싸우느라 거의 3년동안 훈련도 제대로 못했다. 특히 나이가 어린 탓에 프로 3~4년차가 되도록 `주전자 당번'을 면치 못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옛날의 윤정춘이 아니다.
니폼니시 감독이 가장 총애하는 차세대 의 기둥이다.
비록 `어시스트왕'과 `3백만원'을 스스로 차버렸지만 윤정춘의 `프로정신'은 두고두고 팬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