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본인은 '나쁜짓을 저지른 사람' 가리켜
기사입력 1996년 03월 28일 16시 33분
우리가 자주 쓰는 말중에 상대를 곤혹스럽게 하는 말이 있다. 그중 `주인공'이라 해야할 것을 `장본인'이라고 소개하는 것이 있다.
8.15 해방 얼마후에 어느 시에서 관을 업고 부정을 일삼는 자가 있었다. 누구 하나 나서지 못하고 있을 때, 부정은 죽어도 못참는 어떤 사람이 정면 도전해 그 부정한 자를 야반도주하게 만들었다. 그 이후 영웅이 탄생한 것은 물론이다.
어느날 학식 높은 어른에게 이 영웅을 소개하던 사람이 "어르신, 이 사람이 그때의 장본인입니다"라고 자랑하듯 소개했다. 그러자 그 어르신은 상을 찡그리며 돌아앉는다. 자랑삼아 소개한 사람을 이렇게 냉대하다니. 다시 "그 장본인이라니까요"하자 그 어르신은 "이 못된 놈을 소개하는 저의가 무엇이냐"하고 호통을 치는 것이다. 나중에야 미담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고 실소하기는 했으나, 소개한 사람은 장본인이라는 원래의 뜻을 모르고 소개했기 때문에 이런 오해가 생긴 것이다. 즉 `장본(張本)'이라는 뜻은 `사건의 발단이나 원인'이라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일을 저지르는 것'을 `장본'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람 인(人)자가 붙으면 `일을 저지른 사람'이 된다. 그러니 장본인은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 미담의 주인공 또는 범죄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을 얼굴하나 붉히지 않고 장본인이라 소개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특히 대형 쇼나 대형 행사때 공공연히 쓰이니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 TV 사회자나 아나운서 등은 특히 조심해 써야할 말중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