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스라이프] 기발한 상상력 100분간 폭소탄
기사입력 1998년 11월 03일 15시 33분
95년 `토이 스토리'로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새장을 열었던 픽사(PIXAR)스튜디오. 그리고 장난감들을 의인화시켜 `놀라운 상상력'을 펼쳐보였던 존 레세터 감독. 이들이 또한번 `일'을 냈다. `토이 스토리'에 이은 두번째 컴퓨터 애니메이션 `벅스 라이프'(Bug's Life).
이번에는 곤충이다. 개미를 비롯해 메뚜기, 풍뎅이, 나비, 방아깨비, 거미, 배추벌레, 심지어는 쥐며느리에 이르기까지 20여종의 곤충에게 저마다 개성있는 캐릭터를 부여했다.
`벅스 라이프'의 공동제작사인 픽사 스튜디오와 월트 디즈니는 자신감에 넘쳤다. 지난 달 27일(한국시간) 각국 기자 200여명을 픽사 스튜디오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초청해 `월드 프리미어'를 가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시사회(샌프란시스코 엠바카데로 극장)에서는 1시간40분동안 폭소가 끊이질 않았다.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벅스 라이프'는 곤충의 `눈높이'에 앵글을 맞췄다.
겨울을 대비해 열심히 식량을 모으는 개미왕국에는 하퍼라는 메뚜기 두목이 무리들을 이끌고 찾아와 식량을 뺏어가는 게 골치거리. 총명한 개미 플릭은 식량수확을 늘린답시고 기계를 만들었다가 그만 실수로 하퍼에게 바칠 식량을 모두 호수에 빠뜨리고 만다.
하퍼 일당의 으름장에 플릭은 덩치 큰 곤충들에게 부탁해 메뚜기 일당과 맞서겠다고 나선다. 번잡한 도시(인간세상에서는 뒷골목의 쓰레기더미)에 나간 플릭은 풍뎅이 배추벌레 나비 방아깨비 쥐며느리 등으로 이루어진 삼류 서커스단을 만나 이들을 개미왕국으로 데려온다.
`벅스 라이프'의 `환상의 세계'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기발한 상상력과 최첨단 컴퓨터그래픽의 이상적 결합에는 절로 탄성이 나온다.
단순한 이야기인데도 극적 구성이 뛰어나 한눈 팔 겨를이 없다. 특히 엔딩 크레디트와 함께 보여지는 `NG모음'은 최고의 명장면. `성룡영화'를 연상케 하는 이 `NG모음'에서는 곤충들이 실제 배우처럼 "아, 미안. 다시 한번 찍읍시다"는 등의 대사를 하기도 하고, 카메라와 조명기기 등이 슬쩍슬쩍 비쳐지기도 한다. 존 레세터 감독의 `천재적 재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존 레세터 감독 일문일답]
▲드림웍스의 `개미'와의 차별점은.
_4년전부터 `벅스 라이프'를 준비해오다가 2년쯤 전에 `개미'의 프로젝트를 알게 됐다. 하지만 별다른 수정작업은 하지 않았다. `최고를 만들자'는 생각뿐이었다.
▲`토이 스토리'보다 달라진 게 있다면.
_당연히 기술적 진보가 있었지만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동적인 스토리다. 이번에도 20여종의 곤충들의 캐릭터를 개발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개미'와 달리 `벅스 라이프'에는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성우로 참여하지 않았는데.
_성우의 유명도 보다는 캐릭터와 목소리가 얼마나 부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예를들어 하퍼역의 케빈 스페이시 경우에는 케빈 스페이시의 목소리연기를 보고 디자인에 변화를 주었을 정도다.
▲케빈 스페이시에게 악당 하퍼역의 목소리를 맡긴 이유는.
_케빈은 재능있는 배우다. 영리한 악역으로 적역이다. 말로 사람을 무시하고 깔보는 걸 너무 잘해냈다.
▲가장 골치를 썩인 캐릭터는.
_물론 스토리 전체를 이끌어가는 개미 플릭이다. 동작이 곡선적인 배추벌레도 어려운 캐릭터였다.
▲엔딩크레디트의 NG모음이 인상적인데.
_원래 `토이 스토리'때 만들려고 했으나 시간이 모자라 못했다. 이번에는 "꼭 하자"고 처음부터 결심했다. 관객들은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르니까 더 헷갈리게 하자고 장난친거다(웃음).
[샌프란시스코＝이창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