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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슬 꿰차고 앉아서 뭉개고 또 뭉개면서 민폐 끼치는 이들을 봅니다. 핫바지들 아닐까요? 이때 동원한 낱말 핫바지는 바지에 접두사 핫을 붙인 말입니다. 첫째 뜻은 솜을 두어 지은 바지이지만 둘째 뜻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시골 사람 또는 무식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란 게 사전이 알려주는 둘째 의미입니다.
접사 핫은 이불에 붙어서 핫이불도 만듭니다. 핫바지가 이미 알려준 것처럼 핫은 '솜을 덧대다'라는 뜻을 덧댑니다. 지은이 정주리는 『생각하는 국어』에서 추정합니다. "흔히 시골 사람들을 놀릴 때 핫바지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솜을 넣은 바지의 투박스러움이나 촌스러움에서 유래한 것 같다"고 말입니다.
핫아비, 핫어미 하는 단어도 있습니다. 아내가 있는 남자, 즉 유부남이 핫아비요 남편이 있는 여자(유부녀)가 핫어미입니다. 이들 낱말 모두에 들어 있는 [핫-]의 뜻은 '짝이 있는' 또는 '곁으로 된'이라고 책은 덧붙입니다. 곁으로 되었다는 풀이에 단어 하나가 떠오릅니다. 곁가지입니다. 가지는 가지인데 원가지에서 돋아난 작은 가지들 말입니다. 엉뚱한 연상일까요? 그래도 핫바지, 곁가지……, 운율이 떨어지고 어감이 겹칩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정주리, 『생각하는 국어』, 도서출판 도솔, 1994 (p.130-131. 부분 인용)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3.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