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CES 2025] '중국색' 빼기?…스포츠 마케팅 강조하며 이미지 변신

기사입력 2025-01-09 07:51

[촬영 장하나]
[촬영 장하나]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CES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하이센스 프레스 콘퍼런스가 열리고 있다. 2025.1.7 hanajjang@yna.co.kr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개막 첫날인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럴홀 중국 TCL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AI 로봇 '에이미' 시연을 보고 있다. 2025.1.8 nowwego@yna.co.kr
[촬영 장하나]
[촬영 장하나]
TCL, NFL 선수 사인회 열고 공식 파트너 강조…하이센스, FIFA 트로피 전시

영어 작명하고 서구권 경영진·직원 전면에…한국 기업 따라하기도 여전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장하나 강태우 기자 = 중국 TCL과 하이센스 등이 오는 10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서 대규모 부스를 차리고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미국프로풋볼(NFL) 등 미국 내 인기 스포츠와의 협력 관계를 부각시키며 '중국색 빼기'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찾은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내 TCL 부스에는 커다란 풋볼 헬멧 모양의 조형물과 함께 'NFL 공식 파트너'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TCL은 전시 기간 NFL 선수를 초청해 사인회를 진행하며 참관객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이는 TCL의 '이미지 고급화'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앞서 2003년 미국 가전업체 RCA를 인수합병(M&A)해 북미 시장에 진출한 TCL은 초반에 '가성비' 제품으로 공략하다가 이후 프리미엄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스포츠 경기 후원 등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리둥성 TCL 창업자 겸 회장은 지난 6일 열린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TCL은 '국제화는 현지화'라고 믿는다"며 현지 스포츠와 예술 후원 활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전략을 꾀하는 것은 하이센스도 마찬가지다.

하이센스는 전시장 입구에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트로피를 전시하고 하이센스가 공식 파트너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신제품을 부각하던 기존 전시와 달리 이번에는 스포츠 마케팅을 강조하고 유명 인플루언서나 모델을 초청해 관람객을 끌어모으는 등 네임 밸류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LG전자도 어느 정도 시장을 확대한 이후에는 현지 스포츠 마케팅에 집중하며 프리미엄 전략을 꾀했다"며 "TCL이나 하이센스도 이런 활동으로 '중국색 빼기'를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통상 중국 업체들은 훙멍(Harmony)이라는 화웨이의 독자 운영체제(OS) 이름처럼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 등의 중국어를 영어로 바꿔 부르는 식으로 작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TCL과 하이센스는 처음부터 영어를 사용해 이름을 짓고 있다.

TCL과 하이센스는 TV용 인공지능(AI) 칩셋을 각각 AiPQ, 하이뷰 엔진으로 명명하고 있다. 지난 CES에서 선보였던 하이센스의 독자 운영체제(OS) 이름은 비다(VIDAA)다.

CES 현장에서도 중국 주요 업체들의 중국색 제거 전략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소니나 파나소닉 같은 일본 업체 부스의 안내 직원들은 대부분이 영어가 가능한 일본인들이었다면, TCL과 하이센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현지인 또는 서구권에 있는 사람들을 부스에 대다수 배치했다.

TCL이 이번 CES에서 구글과의 협업을 통해 제미나이 기술이 들어간 구글 TV를 선보이는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이센스는 작년 CES 프레스 콘퍼런스에 이어 올해 행사에서도 데이비드 골드 하이센스USA 대표를 행사 전면에 내세웠다.

한편 올해도 어김없이 한국 기업이 이미 선보인 제품이나 기술과 유사한 전시품이 눈에 들어왔다.

TCL이 야심차게 선보인 AI 로봇 '에이미'(AiMe)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선보인 AI 컴패니언 로봇 '볼리'와 'Q9'을 합친 것과 같은 모습을 띠고 있다. 주인과 교감하며 일종의 집사 역할을 하는 기능도 유사하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볼리를 처음 선보인 지 꽤 오래되지 않았냐"며 "(TCL은) 이번에 들고 나왔는데 우리가 가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니 경쟁사도 유사 제품을 들고 나온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TCL은 삼성전자의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과 유사한 형태의 A300 시리즈 TV를 선보이며 'TCL 아트' 공간을 꾸몄다. TCL A300 프로 TV는 명화처럼 받침대 위에 설치할 수도 있다.

TCL은 이를 위해 덴마크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인 뱅앤올룹슨과 손을 잡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AI 비전 인사이드'와 유사한 기능을 탑재한 냉장고도 눈에 띄었다. 'AI 비전 인사이드'는 냉장고에 넣고 빼는 식재료를 내부 카메라가 자동 인식해 이미지 기반으로 식품 목록을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최근 수년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콘셉트의 부스를 꾸리면서 신제품을 거의 전시하지 않던 파나소닉은 이번에 일부 제품을 전시하며 그중 하나로 카메라가 달린 냉장고를 선보였다.

일본 현지에서 판매 중인 제품으로, 냉장고 문을 열면 문 위에 달린 카메라 2대가 내부 식재료를 파악하고 앱으로 전송한다.

파나소닉 부스에 있던 미나미 도시미츠 씨는 "야채의 경우 60가지를 인식할 수 있다"며 "유통기한이 임박한 재료를 먹으라고 알려주거나 레시피를 추천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hanajjang@yna.co.kr

<연합뉴스>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