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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2차계약, 이라크 수리온, 미국 고등훈련기 등 대형 수출 사업 줄영향 우려
12·3 계엄 사태 여파로 대통령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해져 외교·통상 등 정부 기능 공백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부 간 거래의 특성이 강한 방위산업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K-방산 수출 성장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9일 방산 소식통들에 따르면 당초 타결이 임박했던 것으로 관측되던 폴란드 정부의 K2 전차 추가 구입 계약의 연내 체결이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최근 폴란드 측 언급을 보면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태도로, 연말까지 계약 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폴란드도 지금 한국의 비상사태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어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폴란드 정부는 '2차 계약' 일환으로 현대로템과 K2 전차 820대 추가 구매 협상을 막판 단계에서 진행 중이었다. 앞선 '1차 계약' 180대의 4배가 넘는 대규모 물량이다.
업계에 따르면 폴란드는 '2차 계약' 목표 820대 중 180대를 우선 직구입과 현지 생산 방식을 병행해 구매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계약 금액은 약 9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방산업계는 지난 2022년 7월 폴란드와 '잭폿'에 비유되는 초대형 무기 수출 관련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그해 8월 총 124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의 1차 계약 서명이 우선 이뤄졌다. 1차 계약에는 K2 전차 180대, K-9 자주포 212문, FA-50 경공격기 48대 등의 공급 계획이 담겼다.
이후 작년 12월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152문을 시작으로 2차 계약 차원의 개별 계약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뜻밖에 한국의 국내 사정 탓에 '2차 계약' 중 가장 규모가 클 것으로 기대되던 K2 전차의 연내 수출 전망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방산 업계에서는 계엄 선포에 이은 탄핵소추 무산으로 한국의 국정 혼란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여 정부 간 계약 성격이 강한 세계 방산 시장에서 자칫 한국 방산업계가 '고아' 신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빅4' 방산 업체 관계자는 "방산은 역시 기업과 정부 간 협상 또는 정부 간 협상을 해야 하는데 권력 공백기에 들어서면 우리가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상대에게 신뢰를 잃을 수 있다"며 "자칫 부모 잃은 자식 같은 처지가 될 수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당장 이번 계엄 사태의 여파로 최근 방한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한국형 기동헬기 생산 현장을 둘러보려던 일정을 취소하고 조기 귀국한 일도 있었다.
또 한국 방산에 관심을 보였던 스웨덴 총리의 5∼7일 방문 일정도 취소됐다.
방산업계는 정치 체제의 특성상 특히 국가 정상 간 소통이 계약 체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동 지역에서 한국 방산 수출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중동 시장은 유럽에 이어 한국 방산업계에 새로운 수출 전략 시장이다.
2002년 UAE에 '한국형 패트리엇'인 천궁-Ⅱ를 35억달러 가격에 수출했다. 중동 국가들의 대공 방어망 구축 강화 수요에 힘입어 올해 추가로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로의 천궁-Ⅱ 수출 계약이 체결됐다.
나아가 최근 한국 방산 업체들은 유럽과 중동에 이어 새 전략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물꼬를 트는 국면에서 한국의 국정 공백 사태가 터졌다는 점에서 아쉬워하고 있다.
막 본격화한 폴란드 2차 계약 외에도 최근 이라크 수리온 기동헬기 수출이 가시권에 들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미국의 국방비 증가로 미군 고등훈련기와 함정 사업 등에서 한국이 진입 기회를 노릴 만하다고 방산업계는 기대했다.
KAI는 올해 미국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도전한다. 미국은 올해와 내년 280대 규모의 공군 전술훈련기와 220대 규모의 해군 고등훈련기·전술훈련기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조선 업계는 3천t급 잠수함 8∼12척을 도입하는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 3조원 규모 폴란드 잠수함 도입 사업, 2조원 규모 필리핀 잠수함 도입 사업 추진도 추진하면서 지상·공중 무기 위주이던 K-방산의 수출 범위가 해상 무기로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왔다.
방산 전문가인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모든 산업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방산은 정부 간 거래의 특성이 있어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산업이라서 더욱 우려스럽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불확실성 빨리 해소되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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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