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날은 올까. 매서운 눈보라는 일단 그쳤지만, 여전히 찬바람은 그대로다. 안마의자 업계 절대강자였던 바디프랜드의 입지가 예전만 못하다. 경영권 분쟁과 실적 부진이 겹치며 내놓은 '업계 1위' 왕좌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경영권 분쟁에 따른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꾸준히 추진해왔던 기업공개(IPO) 추진도 오리무중이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바탕으로 바디프랜드는 올해 상반기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오너일가와 사모펀드 주요 관계자 간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 형태로 진행되고 있어 예전의 위치에 올라서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높아 보인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구속 영장 기각…경영권 분쟁 장기화 우려도
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은 조경희 전 바디프랜드 회장의 사위인 강웅철 전 이사회 의장과 사모펀드 한앤브라더스 대주주 한주희씨 등에 대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강 전 의장은 바디프랜드의 공동창업주로, 올해 초 사내이사에 복귀했다. 바디프랜드 지분 38.7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한앤브라더스는 스톤브릿지캐피탈과 함께 2022년 7월 투자 목적 회사(SPC) 비에프하트를 통해 바디프랜드를 인수한 사모펀드로 바디프랜드 지분 46.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 10월 30일 바디프랜드 지분을 인수한 사모펀드 한앤브라더스의 최대주주 한 씨 등에 대해 사기·횡령·배임·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강 전 이사회 의장에 대해서도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강 전 의장과 한앤브라더스 최대주주 한씨 등에 대한 법원의 구속 영장 기각으로 인해 바디프랜드는 경영권 분쟁에 따른 사법리스크의 한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사법리스크의 불씨는 여전히 존재한다. 기각 사유를 보면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염려가 없고, 법률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검찰은 양측의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입증될 만한 증거가 추가로 발견될 경우 경영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례로 2018년 실패했던 IPO의 재추진 등에 나설 가능성이 높았지만, 현재로선 IPO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회사의 주요 주주와 임직원의 배임·횡령은 상장 질적 심사 중 중요 고려 사안이 되기 때문이다.
R&D 투자 꾸준, 바디프랜드 "상반기 실적 긍정적"
경영권 분쟁과 함께 이어진 실적 부진 역시 바디프랜드 입장에선 뼈아프다. 바디프랜드는 2020년까지만 해도 국내 안마의자 시장의 절대 강자였다. 한때 시장 점유율 60%를 넘기도 했다. 그러나 2021년 매출 6111억원을 정점으로 2022년 5437억원, 2023년 4197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883억원, 458억원, 167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경쟁사인 세라젬은 안정적인 경영전략을 바탕으로 2021년부터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경영권 분쟁 관련 사법 리스크는 경영 전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바디프랜드는 "송사의 진행과 무관하게, 지성규·김흥석 공동대표 체제 아래 정상적인 기업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매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9%, 188.8%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적인 신제품 출시하는 등 R&D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장 추진과 관련해선 "별다른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