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12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한 엔씨소프트가 실적 반등을 위해 연말까지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을 통해 실적을 반등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이 14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이익 165억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경고 신호는 여러 차례 나왔다. 지난해 1분기부터 영업이익이 지속해서 감소세를 타더니, 지난 2분기에는 간신히 적자만 면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거듭된 실적 하락의 원인으로 모바일 게임 매출 하락과 신작 부진을 꼽는다.
◇ 리니지M·리니지2M·리니지W 3연속 흥행했지만…경쟁 심화로 매출 하락
'리니지' 모바일 게임 시리즈는 그간 엔씨소프트의 매출을 견인하는 삼두마차 역할을 해왔다.
2017년 출시된 '리니지M'을 시작으로 2019년 나온 '리니지2M', 2021년 말 발매된 '리니지W'는 확률형 아이템 기반의 강력한 BM(수익모델)과 이용자 간 경쟁을 부추기는 게임 구조로 엔씨소프트의 핵심 매출 파이프라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리니지' 지식재산(IP)이 전성기에 달한 2022년에는 연간 매출이 2조5천718억원으로 전년 대비 11.4%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5천59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리니지' 시리즈의 눈부신 성공을 본 경쟁사들이 리니지의 아류작, 이른바 '리니지라이크'(-like) 게임을 시장에 쏟아내며 실적에 균열을 가하기 시작했다.
비슷비슷한 경쟁형 모바일 MMORPG가 우후죽순 생겨나자 소비자들은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작품성을 강조한 서구권과 일본의 콘솔 게임, 이용자의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서브컬처(애니메이션풍) 게임을 즐기던 이용자들은 엔씨소프트 게임을 두고 중장년층만 찾고 젊은 세대는 질색하는 '개고기'라고 비유하며 조롱했다.
2022년 연 매출이 단독으로 약 1조 원에 달했던 '리니지W'의 매출액은 지난해 구작인 리니지M의 실적에 역전당했고, 올해 1∼3분기 기준으로는 1천952억원에 불과했다.
◇ 신작은 내는 족족 혹평…본사 몸집 줄이고 신작에 집중
그런 가운데 '리니지W' 이후 장르·플랫폼 다변화를 외치며 선보인 신작 게임은 실적발표에도 포함되지 않을 정도로 매출 기여폭이 저조했다.
작년 말 출시한 쓰론 앤 리버티(TL)는 초기에 몰린 이용자가 빠르게 이탈하며 기대치 이하의 실적을 냈다.
다만 이달 초 출시한 글로벌 버전이 초기 33만6천명의 동시 접속자를 기록하며 4분기부터는 실적에 기여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 6월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로 선보인 난투형 액션 게임 '배틀크러쉬'는 엔씨 게임 최초로 닌텐도 스위치 버전까지 선보이며 힘을 줬지만 흥행에 참패, 이달 말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젊은 층을 노리고 지난 8월 출시한 '호연'도 한국·일본 지역에서 펼친 대대적인 마케팅이 무색하게 한 달만에 매출 순위에서 '차트 아웃'되고 말았다.
게임업계 안팎에서는 엔씨소프트가 오랫동안 고액 결제층에 기대는 PC·모바일 기반 MMORPG에 집중해오다가 시대의 변화를 놓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작품 매출은 떨어지고 신작은 흥행 실패를 거듭하자 엔씨소프트는 분사와 희망퇴직이라는 '쌍검'을 꺼내 들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1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AI 자회사 '엔씨에이아이'를 비롯해 게임 개발 자회사 스튜디오엑스·스튜디오와이·스튜디오지 등 4개 자회사를 물적분할을 통해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동시에 조직개편을 통해 신작 프로젝트를 6개나 정리하고 12년 만에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도 밝혔다.
본사의 몸집을 줄이고, 분사 법인이 담당할 신작과 본사에서 연말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저니 오브 모나크'를 비롯해 2025년 이후 선보일 대작 게임, 외부 기업이 개발한 퍼블리싱 작품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구조조정과 관련한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 노동조합 '우주정복'은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는 오는 28일 사옥에서 고용 안정과 직원과의 소통을 요구하는 집회를 예고하고 나선 상태다.
jujuk@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