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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빼든 당국·성난 투자자…'1300억원 손실' 신한투자증권 금융사고 후폭풍 일파만파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24-10-16 09:23


신한투자증권에서 ETF 선물 매매와 관련, 무려 1300억원 정도의 손실이 나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담당자 개인의 일탈 행위라며 내부 감사와 함께 금융감독원의 검사와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 순이익의 절반이 넘는 대규모 손실을 입은 것보다 더 아픈 것은 투자자들로부터의 신뢰 하락이다. 게다가 그동안 개인 투자자들이 LP(유동성 공급자)를 담당하는 증권사에 대한 불법 공매도 의혹과 이로 인한 민원을 강하게 제기해 왔는데, 이번 신한투자증권 사태로 인해 어느 정도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국내 증시에도 상당한 악영향이 불가피해졌다.

금감원이 26개 증권사와 주요 자산운용사의 파생상품 거래와 관련, 전수 점검까지 나선 가운데 자칫 일파만파로 커질 수도 있는 위기라 할 수 있다.

지난 11일 신한투자증권은 장내 선물 매매 및 청산 과정에서 1300억원으로 추정되는 손실 발생을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ETF(상장지수펀드)의 LP가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를 했고, 과대 손실이 발생했으나 이를 스왑 거래인 것처럼 허위 등록하며 손실 발생 사실을 감춘 것으로 나타났다.

LP의 역할은 ETF나 ELW(주식워런트증권·특정 기초자산을 사전에 정한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증권) 종목에 매수나 매도 호가를 지속적으로 제공, 안정적으로 가격 형성을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유의 목적에서 벗어나 추가 수익을 추구하는 선물 매매를 하다 과도한 손실이 발생하자, 이를 감추기 위해 허위로 스왑거래(미래 특정 시점 또는 특정 기간을 설정해 상품이나 금융자산을 교환하는 거래방법)를 등록한 것으로 보인다.

발단이 된 시점은 코스피 지수가 이틀 연속 각각 3.65%와 8.77% 급락한 지난 8월 2일과 5일이다. '블랙 프라이데이'와 '블랙 먼데이'라 할 수 있는데, 특히 5일 하루에만 코스피 지수가 234.64포인트로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하면서 선물 매매에서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메우려 하다가 더 많은 손실이 발생했고, 만회할 수 없는 수준이 되자 이같은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신한투자증권은 내부 조사를 통해 2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서 이를 파악했고, 금융당국에 신고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14일 대규모 LP 운용 손실을 발생시킨 신한투자증권 사태에 대해 "LP 부서가 왜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고 불법 거래를 자행했는지에 대해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어 "2개월 넘게 내부 통제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고 허위 스왑거래까지 등록한 것은 담당자 개인의 사익 추구라는 일탈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이는 신한투자증권 자체의 수익을 높이기 위한 회사 차원의 일탈 행위이고 단발성이 아닌 이전에도 유사한 거래에서 불법이 횡행했을 개연성이 크다"며 금감원의 강력한 조사를 촉구했다.


그동안 금감원은 주요 LP 증권사의 공매도 현황을 점검한 결과 헤지(위험 분산) 목적 이외의 공매도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터지면서 자본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이 당연히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신한투자증권을 비롯해 몇몇 대형 증권사들이 개인이 아닌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들의 이익을 위해 물량을 몰아준다는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와 전수조사를 계기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게다가 실제로 LP의 경우 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얻기도 손해를 보기도 하지만 헤지 목적인 만큼 이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또 국내 증시 부진으로 인해 해외자산을 기초로 한 ETF 상품 규모가 국내자산 투자 ETF 상품의 순자산 기준에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하며 그나마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의 매출과 수익에 큰 보탬이 되고 있는데, LP와 EFT 상품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투자 규모가 줄어들면서 국내 증시의 침체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엄청난 부작용도 예상할 수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 신한투자증권의 최종 손실 규모와 금융 당국의 제재 수준을 계속 모니터링 하면서, 영업 활동 위축으로 인한 사업 기반이 약화될 경우 신용등급에도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실제로 신한투자증권은 2500억원 규모의 2년물 및 3년물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잠정 연기하는 등 벌써부터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특정 부서와 구성원들의 일탈 행위를 파악한 후 즉시 금융당국에 신고하고 공시를 했다. 금감원의 검사와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면서 "회사 운용자산의 손실 발생이고 투자자들의 투자금 등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해명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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