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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앉아 눈앞의 풍경에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게, 어느덧 가을이다. 어찌할 수 없는 더위에 지쳐 잔뜩 날이 섰던 감정은 아침·저녁 쌀쌀해진 바람에 하염없이 몽글몽글해진다. 변덕도 이런 변덕이 없다. 사람이 변하는 건 순식간이라더니, 날씨가 변하고 풍경이 바뀌는 속도는 허무할 만큼 빠르다. 가을이 되면 낭만을 찾아 떠나고 싶지만, 바쁜 일상에 마땅히 할 게 없어 오는 허무함은 감정 기복을 키우기 마련이다. 매년 맞는 계절이지만, 또 매번 낯선 가을과 직접 마주하기 위해 떠났다. 가을을 닮은 그곳, 영월이다. 슬픈 이야기, 아름다운 풍경으로 들어가다보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진짜 가을 감성이 내 몸에 고스란히 스며든다. 다음에 만날 땐 예쁜 곳을 피우고 있을 것이란 속삭임도 바람을 타고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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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선암은 태기산에서 발원해 영월군 무릉도원면으로 들어와 흐르는 주천강과 사자산에서 발원한 법흥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갖가지 기이한 모양의 바위들을 말한다. 요선암의 바위는 2013년 영월 무릉리 요선암 돌개구멍이라는 명칭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돌개구멍은 지리학 용어로는 포트홀이라고 하는데, 강바닥의 바위에 항아리나 원통 모양으로 난 구멍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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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아는 사람들만 즐겼다는 요선암의 풍경을 제대로 즐기고 싶어 요선암으로 향했다. 요선암은 무릉리 주천강 강변에 있는 정면 2칸 측면 2칸의 정자다. 요선정은 1913년 요선계 계원들이 지은 것으로 1984년 강원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됐다. 요선계는 과거 무릉리에 거주하던 원주이씨, 원주원씨, 청주곽씨 세 성씨의 대표들이 요선암에 모여서 조직한 동계(마을 삼들이 만든 계)다. 요선계가 만들어진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1744년에 작성된 기록에 의하면 1695년에 화재로 요선계의 창고와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기구들이 불에 탔고, 1743년에 화재로 여러 가지 문서들이 타 버렸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요선계가 만들어진 건 적어도 1695년보다 훨씬 이전에 만들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오랜 역사를 품은 요선정의 좌우로는 오래된 마애불과 석탑이 있다. 지역 주민들은 석탑인근은 과거 신라 때의 절터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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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군 남면 광천리 남한강 상류에 위치한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는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서쪽은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어 나룻배를 이용하지 않고는 밖으로 출입할 수없는 곳이었다. 강의 지류인 서강이 휘돌아 흘러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쪽으로는 육륙봉의 험준한 암벽이 솟아 있어 마치 한반도처럼 생긴 지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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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릉은 조선 제6대 왕 단종(재위 1452∼1455)의 무덤으로, 2009년 6월 30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장릉 주위의 소나무는 모두 능을 향해 절을 하듯 굽어있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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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