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을 오는 9월로 두달 연기한 가운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 1만8830건을 분석한 결과, 9억원 이상 거래가 987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매년 1∼5월 기준) 이래 최대다. 1∼5월 기준 서울의 9억원 이상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2022년 3077건, 2023년 6406건에 이어 올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별로 보면, 송파구가 9억원 이상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1298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강남구 1087건, 성동구 889건, 서초구 841건, 마포구 749건, 강동구 732건, 동작구 587건, 영등포구 582건, 양천구 430건, 광진구 321건 순이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준금리 동결에도 불구하고 4월 이후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대로 하락했다. 은행들은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최근 시장금리를 최저 연 2%대 후반까지 경쟁적으로 끌어내렸다. 2%대 금리는 3년 만이다. 하반기 금리 인하 전망도 여전하다. 주택 공급 부족 우려 속에 아파트 전셋값과 공사비·신규 분양가 상승세가 지속되며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세를 타자 시장금리 인하를 틈타 관망하던 매수 심리가 회복세로 돌아선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정치권 등에서 종합부동산세 완화 또는 폐지를 언급하면서 강남권 등에 매수자가 몰렸다.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매수 대기자들이 대출 감소 전에 주택 구매를 앞당긴 것도 최근 거래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7월에도 6월 거래량 증가세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달린다. 자영업자 지원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이유로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적용 시기가 7월에서 오는 9월로 전격 연기됐는데, 이미 대출 감소를 우려한 수요자들이 서둘러 계약을 마쳤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스트레스 DSR 연기가 시장 과열을 부추기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강남권에서 시작된 아파트값 상승세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 이어 동작·양천·강동구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거래 증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향후 2단계 스트레스 DSR 본격 시행 및 고물가 등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