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불안 등으로 인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10억원이 넘는 저축성예금 감소세가 계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를 버티지 못한 기업들이 정기예금을 해지해 빚부터 갚는 추세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고액 저축성예금 감소세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저축성예금(정기예금, 정기적금, 기업자유예금, 저축예금) 중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한 계좌의 총예금은 지난 2022년 말(796조3480억원)보다 24조5990억원(3.1%) 감소한 771조749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기예금 잔액 감소가 전체 감소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 기준 10억원 초과 정기예금 잔액은 531조8180억원으로 2022년 말(564조5460억원)보다 32조7280억원(5.8%) 줄었다. 반면 1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자유예금(법인이 일시 여유 자금을 은행에 예치하는 상품) 잔액은 2022년 말 219조89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29조6100억원으로 늘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해 10억원 초과 개인 고객의 정기예금 잔액과 계좌 수는 오히려 늘었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정기예금을 해지해 대출 상환 등에 사용하고 나머지 돈은 입출금 예금에 넣어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의 원화 예금 잔액은 전년보다 5조8260억원(0.9%) 줄어든 637조502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19년 만의 감소세다. 같은 기간 가계 예금 잔액은 853억8140억원에서 925조9810억원으로 8.5%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등으로 기준금리 인하 시점 전망이 점점 늦어지고 있는 만큼, 이같은 추세는 올해 상반기 중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면서 "중동 관련 지정학적 위험이 확대된 점도 부담 요인이다"고 전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