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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SC헬스칼럼] 다리를 뒤에서 망치로 치는 줄 알았다면…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24-03-20 08:56


'누가 내 뒤에서 망치로 다리를 치는 줄 알았어요.'

'축구경기 중 백태클을 당한 줄 알았는데, 뒤에 아무도 없더군요.'

'테니스 경기 중, 서브한 공이 내 종아리에 맞은 줄 알았어요.'

진료실에 반깁스를 하고 휠체어를 탄 환자들이 다친 상황을 설명하는 말들이다. 모두들 예측하지 못한 '공격'에 다리를 다친 것 같은데 범인이 없다. 귀신이라도 씐 것일까?

이 모든 것은 아킬레스건의 급성 파열로 인한 증상이다. 예측하지 못한 순간 종아리 뒤쪽에 극심한 통증이 생기기 때문에 운동 중에 누가 나를 발로 차거나 공에 맞은 것 같은 착각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아킬레스건 파열은 갑자기 발생한다. 하지만 멀쩡한 건(뼈와 근육을 연결해주는 탄탄한 결합조직)이 끊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평소 운동을 즐기면서 생긴 아킬레스건염으로 약해진 부위가 과도한 힘을 받는 순간 갑자기 끊어진다. 드물게 유리나 칼에 베여 응급실을 방문하기도 한다.

아킬레스건은 내외측 비복근과 가자미근이 종아리에서 만나서 뒤꿈치로 내려오면서 형성되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건이다. 아킬레스건은 다치는 순간 심한 통증과 출혈로 인한 부종이 발생해 걷기가 힘들고, 발목을 아래로 구부리기가 어려워진다.

이학적 검사 상 만져보면 아킬레스건 파열 부위가 안쪽으로 쑥 들어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발목을 발등 쪽으로 꺾은 뒤(족배굴곡) 종아리 근육을 누르면 발목이 발바닥 쪽으로 꺾이는(족저굴곡) 게 정상인데,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면 이런 반응이 없다. 건이 끊어지면서 근육의 힘이 뼈에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초음파나 자기공명영상(MRI)으로 확진할 수 있다.


급성 파열의 경우 식은땀이 날 정도로 아프기 때문에 부목으로 발목을 고정하고 소염진통제 등으로 염증과 통증을 조절해야 한다. 치료는 주로 파열 부위를 절개하여 실로 봉합하는 수술을 많이 한다. 최근에는 수술하지 않고 보조기만을 사용한 비수술적 치료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수술 후에는 빠른 운동능력 회복과 일상 복귀를 목표로 적극적인 재활 치료를 시행한다. 나이 드신 분들은 3개월간 통깁스를 하고 병원에 누워있어야 한다고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 다 옛날이야기다. 요즘에는 수술 후에 보조기를 착용하고 일주일도 지나기 전에 걷기 운동을 시행한다. 근력과 균형 감각이 좋은 환자들은 한 달 만에 보조기 없이 걷기도 한다.

필자는 특히 빠른 재활을 선호하여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교육하여 운동을 시키는 편이다. 처음에는 불안해하다가도 빨리 보조기를 풀고 일상생활로 복귀하게 되면 다들 좋아한다. 필자와 친분이 있는 테니스 코치의 경우 아킬레스건 급성 파열로 수술을 받고 적극적으로 재활치료를 했는데,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보조기를 찬 채로 레슨을 재개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빨랐다.

가끔 아킬레스건이 파열돼도 치료를 받지 않거나 모르고 지내시다 뒤늦게 병원에 오는 분들이 있다. 이런 경우 걷거나 발목을 구부리는 것은 가능하지만, 힘이 약하기 때문에 걸음걸이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쉽게 피로해진다.

만져보면 종아리 뒤쪽 근육이 거의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약 3개월 이상 방치한 경우 근육량이 줄고 길이도 짧아져 단순 봉합이 힘들다. 연결을 해도 근력이 약해서 정상적인 기능 회복이 어렵다. 이럴 땐 엄지발가락 힘줄을 이식하여 짧아진 아킬레스건을 연결해 모자란 근력을 보충해 준다.

아킬레스건 파열은 제대로 치료받고 재활운동을 열심히 하면 다치기 전 근력의 약 90% 정도를 회복할 수 있다. 일상생활이나 운동도 제약 없이 다시 할 수 있으므로 손상이 의심되면 병원을 찾아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도움말=힘찬병원 족부클리닉 서동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SC헬스칼럼] 다리를 뒤에서 망치로 치는 줄 알았다면…
 ◇힘찬병원 족부클리닉 서동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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