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포유류에서 암수 개체 간 크기 차이는 짝짓기 전략과 성 선택에 관한 많은 연구의 동기가 돼왔다. 특히 수컷이 암컷보다 크다는 믿음은 찰스 다윈의 저서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the Descent of Man. 1871년) 이후 포유류에서 사실로 받아들여져 왔고 현재도 지배적 견해로 자리 잡고 있다.
다윈은 이 저서에서 공작새가 생존에 불리할 수 있는 화려한 꼬리를 갖게 된 것을 짝짓기를 위한 진화, 즉 성 선택 때문에 생긴 현상으로 설명했다.
포유류에서 같은 종의 암수 몸 크기 차이는 짝짓기 경쟁과 새끼를 기르는 방식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컷이 암컷보다 큰 사자나 개코원숭이는 짝짓기를 위한 수컷들의 신체적 경쟁이 치열하고, 수컷보다 암컷이 큰 토끼는 짝짓기 시즌마다 새끼를 많이 낳는 특징이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야생에 서식하는 포유류 429종의 수컷과 암컷 몸무게를 비교했다. 이들은 각 종의 대표성 확보를 위해 분석 대상에 종별로 암수 개체를 9마리 이상씩 포함시켰다.
분석 결과 포유류 종의 38.7%는 암컷과 수컷 몸 크기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반면 45.1%는 수컷의 몸집이 암컷보다 컸고 16.2%는 암컷이 수컷보다 몸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포유류 전체 종 가운데 54.9%는 암수 사이에 몸 크기 차이가 없거나 암컷이 수컷보다 큰 셈이다.
암수 몸 크기의 차이는 수컷이 암컷보다 큰 경우 그 격차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컷과 암컷의 몸 크기 차이가 가장 큰 것은 북방코끼리물범으로 수컷 평균 몸무게가 암컷의 3.2배에 달했으나, 암컷이 수컷보다 큰 포유류 중에서는 반도 관코박쥐(peninsular tube-nosed bat) 암컷의 평균 몸무게가 수컷의 1.4배로 차이가 가장 컸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모든 포유류 종을 표본으로 한 것은 아니고, 수컷이 암컷보다 큰 경향이 더 많기는 하지만 그것이 전체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사실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믿음이 자리 잡은 것은 그동안 연구가 수컷 몸집이 더 크고 카리스마적인 영장류나 물개 같은 동물의 짝짓기 등에 편향됐기 때문일 수 있다며 성 선택 연구의 기존 가정들을 재검토하고 여러 종의 여성 생물학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citech@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