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절반 이상이 내년도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금리·고환율, 중동 및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경기 회복 지연 등 대내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게 원인으로 꼽혔다.
기업들은 내년 투자 활동에 부정적 요인으로 고금리 지속(33.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고환율·고물가 지속(24.2%), 글로벌 경기 둔화(21.6%), 민간부채 위험(9.4%) 순으로 집계됐다.
한경협은 "물가가 최근 안정세주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한국은행의 목표물가 수준(2%)을 상회하고 있고,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기업 투자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주요 정책과제로 자금 사정 개선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보았다. 금리 인하(28.8%)를 답한 기업이 가장 많았고, 법인세 감세 및 세제 지원 강화(22.6%)가 뒤를 이었다. 투자 관련 기업규제 완화(18.3%), 금융지원 확대(12.7%) 등도 꼽았다.
경기 회복으로 투자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는 시기를 묻는 말에는 기업 3개사 중 1개사(32.8%)가 내년 하반기로 응답했다. 2025년 19.8%(상반기 15.3%+하반기 4.5%), 2024년 상반기 12.2%로 나타났다.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의 경우 내년 투자 확대를 전망한 기업 비중이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신호도 나타났다.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45%)을 대상으로 내년 투자 규모를 묻는 질문에는 과반(61.0%)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응답했고, 올해보다 투자를 확대(28.8%)할 것이라는 응답이 축소(10.2%) 응답보다 많았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지속되면서 투자를 미루고 있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지만, 지난해보다 많은 기업이 자사 경쟁력 제고와 미래 시장변화 대비를 위해 투자 확대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게 한경협의 분석이다.
내년에 투자 확대를 계획하는 기업의 이유로는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37.3%)가 가장 많았고 경제전망 양호(25.5%), 업황 개선 기대감(15.7%), 불황기 적극 투자로 경쟁력 확보(7.8%) 등이 뒤를 이었다.
추광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기 불확실성 지속과 실적 부진 등 경영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난해에 비해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기업이 늘어난 것은 한국경제에 고무적 조짐으로 해석된다"며 "투자심리를 확실히 반전시킬 수 있도록 규제 완화 등 제도적 개선을 지속하고, 기업의 어려운 자금사정을 개선시킬 수 있는 금융·세제 지원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