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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합에서 특별한 노년의 여행자를 만났다. 첫 만남에서, 뭐라고 불러야겠냐고 물으니 나보다 나이가 두 배나 더 많은 그분은 형님이라 부르라고 했다. 그때부터 '정훈 형님'이 되었다. 20~30대 젊은 여행자에게도 쉽지 않은 아프리카를 70이 넘은 나이에 도전했다니 더욱 놀랍다."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의 감탄이다.
모험은 삶의 일상이 됐다. 도전은 벗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19가 화마처럼 인생을 뒤덮었다. 새로운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코로나19 백신 후유증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버렸다.
허망함에 망연자실했다.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단다. 그 순간 딸들이 그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이집트의 다합에선 92일간이나 20~30대 젊은 배낭여행자들과 함께하며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가졌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커피에 빠져 현지인의 삶 속으로 들어갔다. 케냐에서는 '동물의 왕국'을 원 없이 즐기고, 폭우가 쏟아지던 날 킬리만자로 자락길을 걸었다.
르완다에선 아프리카의 미래를 봤고, 나마비아에서는 1만2000피트 상공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며 온 몸의 신경세포가 살아서 내달리는 소리를 들었다. 우간다 부뇨니 호수에서는 호롱불을 밝히고 원시생활을 하며 에코 라이프를 누렸다. 태초의 모습을 간직한 보츠와나의 오카방고 델타 습지에서 원초적 자연의 아름다움에 경외감을 느끼며 아프리카 여행을 끝냈다.
여행을 하며 코로나에 걸리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 70세 고희도 맞았다. 그 여정을 책으로 엮었다. 안 장군의 두 번째 여행기, '아프리카 이리 재미날 줄이야'(에이블북)가 세상에 나왔다.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 사람들에겐 '나도 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아프리카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에겐 기존의 선입견을 무너뜨리고 리얼 아프리카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기회를 선물한다.
"260일간 나는 아프리카와 뜨거운 사랑에 빠졌었다. 갔다 오니 아프리카는 몽(夢)한, 묘한 끌림의 땅이었다. 지금 이 순간도 아프리카가 보고 싶다." 안 장군의 미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