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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행은 가족과 함께" 영암 봄바람 맞으며 오감 만족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3-03-28 12:05 | 최종수정 2023-03-29 08:17


봄이 왔다지만 아직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다. 그렇다고 봄나들이를 미루는 것도 쉽지 않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시기다. 생기가 돌기 시작한 대자연의 풍경 속에서 받는 '기'는 한 해를 버티는 원동력이 된다. 봄 여행은 꽃구경을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만큼 가족과 함께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에는 아쉬운 감이 있다. 유명 여행지들은 벌써 북적이는 인파에 발 디딜 틈도 없다. 봄기운을 느끼기보다 사람의 기운에 치여 제대로 된 봄나들이를 즐기는 게 쉽지 않다. 이런 면에서 영암은 가족과 함께 봄을 느끼기에 최적의 장소다. 다양한 볼거리가 지역 곳곳에 있어 사람들을 피해 한가롭게 봄을 느낄 수 있다. 봄꽃 구경을 시작으로 트레킹, 역사체험 등 즐길거리도 다양하다. 가족과 함께 봄의 기운을 흠뻑 받고, 문화축제까지 즐기며 해박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영암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봄 여행은 가족과 함께"  영암 봄바람 맞으며 오감 만족
◇이안미술관은 2022년 11월 개관한 영암의 신상 여행지 중 하나다. 한국 고유의 미를 담고 있는 전통 미술과 남도 예술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사진제공=지엔씨21
영암왕인문화축제, 세대별 맞춤 K-컬처 프로그램 눈길

영암의 매력은 남녀노소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동안 '등산, 트레킹'을 위한 여행지로 부각된 만큼 가족 여행지로 주목받지는 못했다.

기암괴석과 구름다리 등을 품은 월출산이 있어 산을 좋아하는 이들의 놀이터에 가까웠다. 해발 800m로 높지 않아 쉽게 오를 수 있고, 다양한 먹거리가 있으니 '풍류'를 아는 이들이 은밀하게 즐겨 찾던 곳이기도 했다. 풍류, 말 그대로 자연과 함께 멋스럽게 노는 곳은 숨겨야 제맛이다. 영암이 가족 여행지로 떠오르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영암을 처음 찾는다면 4월 초 떠나는 것을 추천한다. 특별한 준비나 계획 없이도 영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우선 2023 영암왕인문화축제가 3월 30일부터 4월 2일까지 4일간 군서면 왕인박사유적지와 상대포 역사공원, 구림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코로나 여파 등으로 4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되는 영암 왕인문화축제는 'K-컬처의 시작, 왕인의 빛'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대표 행사인 테마 페레이드 'K-레전드, 왕인의 귀환'을 비롯해, 왕인박사 춘향제 등 주제행사 3종, 국립공원월출산 생태탐방원 영암 유치기원 음악회 등 19종의 문화공연행사,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등 22종의 참여체험행사 등이 펼쳐진다. 이 외에도 '기찬영암 관광투어', 포토존 '빛으로 물든 영암' 등 6개 부문 57종의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왕인문화축제의 대표 행사인 테마 퍼레이드는 기존의 1600년 전 도일하는 왕인박사를 재현했던 '왕인박사 일본 가오!'에서 왕인이 현대로 귀환하여 영암의 미래를 선언하는 변화된 콘셉트의 'K-레전드, 왕인의 귀환'으로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왕인박사가 일본에 전파한 천자문·문자 콘텐츠 관련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왕인박사유적지와 구림마을 일원에 왕인의 소통·상생 정신을 '빛'으로 구현하여 주·야간을 아우르는 이색적인 포토존을 조성할 예정이며,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하는 구림마을 달빛야행, 플로깅 역사투어 '왕인산보', 기찬영암 관광투어 등 참여형 프로그램도 관광객들을 기다린다.


관광객들을 위한 다양한 세대별 맞춤형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 in 영암', 모두의 놀이터! 왕인 천자문 월드, 북카페 '왕인의 숲' 등의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가족단위 관광객을 위한 '왕인의 숨결! 영암 문화 체험', '봄꽃 사진관' 등의 프로그램을 확충했다.

이안 미술관도 영암의 대표 볼거리다. 2022년 11월 개관한 이안 미술관은 (구) 영산미술관으로 2022년 새롭게 단장해 문을 열었다. 한국 고유의 미를 담고 있는 전통미술, 특히 독창적인 남도 예술의 미를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의 예술 장르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안미술관은 제1,2전시실, 야외전시실, 유럽식 정자, 야외공연장 등을 갖추고 있어 전시 및 다양한 공연도 가능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봄 여행은 가족과 함께"  영암 봄바람 맞으며 오감 만족
◇구림전통마을에는 최근 봄꽃이 한창이다. 걷는 것만으로도 봄기운을 느낄 수 있고, 역사적 지식도 자연스레 얻게 되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사진제공=지엔씨21
걷기만 해도 봄기운 물씬 '구림전통마을'

구림전통마을은 서남해로 흐르는 영산강 물줄기 따라 바닷길이 열렸던 곳으로 일찍부터 우수한 청동기·철기문화가 유입되었고 고대 중국과 일본의 교역로로서 국제적인 선진문화가 꽃피웠던 마을이다. 통일신라시대에는 한국 최초의 고하도 시유도기 생산지로서 한국 도기문화의 중심지였으며 고승대덕들을 배출하여 많은 불교문화 유산을 남겼고 조선시대에는 마을의 자치규약인 대동계를 창설하여 전통적인 유교 사상이 정착됐다.

월출산이 넉넉하게 품고 있는 구림전통마을은 400년 넘게 보존되고 있는 고색창연한 종택과 돌담으로 둘러싸인 고택, 울창한 솔숲의 아름다운 누각과 정자들로 가득하다. 마을의 북쪽은 북송정, 동쪽은 동계, 남쪽 산 아래 지역은 고산 혹은 남송, 서쪽은 서호정이라 칭해진다. 오늘날 낭주 최씨, 함양 박씨, 연주 현씨, 해주 최씨, 창녕 조씨, 선산 임씨 등이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구림전통마을에서 배출된 대표적인 인물로는 백제시대 유명한 학자로 당시 일본에 한문과 백제문화를 전한 왕인 박사가 있다. 마을 입구에는 그 당시 일본으로 가는 출발지였던 상대포가 남아있는데, 삼국시대 이곳은 국제무역항으로 일본이나 중국으로 가는 배가 이곳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현재는 간척사업으로 인해 작은 규모의 저수지로 변했다. 구림전통마을에는 역사 속 다양한 인물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조선시대 서예가로 이름난 한석봉은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어머니와 글쓰기, 떡 썰기 시합을 했다고 전해진다. 400년 넘게 보존된 창녕 조씨 종택과 죽정서원은 물론이고 울창한 솔숲 사이에 있는 회사정도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구림전통마을에는 1565년 조선 명종 때 창설되어 약 45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구림대동계'가 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힘을 합치는 상부상조를 주목적으로 하면서도 엄격한 규율을 강조해 마을 질서를 지켰다고 한다. 구림전통마을 내에는 한옥 민박 시설이 대규모로 조성되어있으며 전통혼례, 짚풀 공예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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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인박사유적지는 내국인보다 일본인 관광객이 많다. 유적지에서 왕인석상에 이르는 등산로는 서해안 최고의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 중 하나다. 사진제공=지엔씨21
역사 속 인물 탐구 '왕인박사유적지'

구림전통마을에 방문했다면 왕인박사유적지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 영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왕인박사다. 지자체 차원에서 왕인문화축제를 운영하고 있으니 왕인박사의 발자취는 단순 볼거리를 넘어 지적 만족도도 채울 수 있다.

왕인박사는 서기 405년 일본 천황의 초청으로 상대포에서 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아스카문화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일본의 역사서인 고사기에 의하면 그는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들고 가서 일본 태자의 스승이 되어 백제문화의 진수를 전파했다고 전해진다.

구림전통마을 동쪽 문필봉 기슭에 왕인박사의 발자취를 복원해놓은 왕인박사유적지를 둘러보면 왕인 묘, 계곡 성천, 왕인 석상 및 전시실을 구경할 수 있다.

왕인박사유적지는 일본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유적지에서 왕인석상에 이르는 등산로는 서해안 최고의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유적지 정문인 백제문을 들어서면 좌측에 일본에서 헌정한 왕인정화비가 있고 맞은편에 전시관이 있다. 문 하나를 더 들어가면 안쪽에 왕인 사당이 있다.

유적지에는 왕인박사의 탄생지인 성기동과 박사가 마셨다고 전해오고 있는 성천이 있으며, 탄생지 옆에는 유허비가 세워져 있다. 왕인묘에는 영정과 위패가 봉안되어 해마다 제사를 지낸다. 문산재와 양사재는 왕인이 공부하고 후진을 양성하였다는 곳으로 월출산 서쪽 산 중턱에 터만 남아 있던 것을 복원했다. 책굴은 왕인이 학문을 수련할 때 쓰던 석굴이다. 성기동 서쪽에 있는 돌정고개는 박사가 일본으로 떠날 때 동료, 문하생들과의 작별을 아쉬워하면서 정든 고향을 뒤돌아 보았다하여 돌정고개가 되었다 한다. 전시관에는 탄생도·수학도·도일도·학문전수도 등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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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다원 1979년 조성된 한국제다의 주력 녹차밭이다. 녹차밭과 월출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담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다. 사진제공=지엔씨21
탁 트인 공간의 매력, 영암다원·부춘정

영암은 풍경이 아름답다. 고즈넉한 분위기 속 봄기운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인 영암다원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백룡산 자락에 고즈넉하게 터를 잡은 영암 녹차밭의 정식 이름은 한국제다 영암 제2다원이다. 영암에 있는 두 번째 다원이 아니라 장성 1다원, 영암 2다원, 해남 3다원 중 하나다. 덕진면에 있어 덕진차밭이라고 부른다.

월출산을 마주 보고 있는 영암다원은 산으로부터 신선하고 시원한 공기를 사시사철 제공받는 뛰어간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1979년 조성을 시작으로 5만여 평의 규모로 한국제다의 주력 농장이다. 재래종 차가 90%, 나머지는 외래종들로 이뤄졌다. 푸르게 펼쳐진 덕진차밭과 월출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다.

차밭의 풍경을 즐겼다면 영암읍 망호리에 있는 조선시대의 정자인 부춘정에서 영암의 순수 풍경을 즐기는 것도 색다른 매력이다. 부춘정은 2005년 6월 13일 전라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곳이다. 강진에서 영암으로 입향 한 진주강씨 문중에서 1618년(광해군 10)에 건립한 것으로 1672년경 등 몇 차례 중수하였다.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 관련시문이 여러 편 전해지며, 건물 안쪽에 전부 방을 배치한 특이한 구조여서 건축사적으로도 가치가 크다. 정자의 기능에 서재와 학숙 역할도 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봄 여행은 가족과 함께"  영암 봄바람 맞으며 오감 만족
◇마한문화공원은 영산강 유역에 산재한 고분문화를 보여주고 고대 마한문화의 체계적 이해를 돕는 테마 공원이다. 사진제공=지엔씨21
아이와 함께라면 마한문화공원을 방문하는 게 좋다. 마한문화공원은 영산강 유역에 산재한 고분문화를 보여주고 고대 마한문화의 체계적 이해를 돕는 테마 공원이다.

마한문화공원은 크게 전시관, 마한생활 문화 체험장, 농경 체험장, 고분탐사관(몽전), 전망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관은 마한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영상을 보는 영상실, 마한의 영역변화를 축소 제작한 모형, 삼한의 신을 모시던 장소인 소도를 상징화한 홀 등이 있다. 마한생활 문화 체험장은 망루, 움집, 집짓기, 제단, 동물사육장, 족장의 집, 움집짓기, 금속공방 등을 꾸며 마한의 마을을 재현하여 주거 문화와 금속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고분탐사관은 옹관고분 내부의 부장품과 시신의 매장 형태를 모형으로 연출하였으며, 전망대는 동일 옹관고분 문화권인 영산강 건너 무안과 나주까지 살펴볼 수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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