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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8일은 '국제 여성의 날'이었다. 이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근로여건 개선과 함께 참정권 등을 요구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아직도 사회 곳곳엔 유리천장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과 활약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고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여성기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1970년 켄터키더비 출전 최초의 여성기수 다이앤 크럼프, 1993년 최초 트리플 크라운 시리즈 우승 여성기수 줄리 크론 등 '금녀'의 벽을 허문 여성 개척자들이 속속 나타났다. 2015년에는 호주의 미셸 페인 기수가 세계 최고의 경마대회 중 하나인 멜번컵에서 대회 155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우승자로 탄생했다. 페인의 인생역전 스토리는 2020년 '라라걸'이라는 영화로 국내 개봉하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1975년 3월에 기수 면허를 받은 이옥례 기수가 최초의 여성 기수로 알려져 있지만, 6개월 만에 부상으로 은퇴하면서 본격적인 여성기수의 진출은 2000년대에 와서야 시작됐다. 2001년 데뷔하며 사실상 최초의 한국 여성기수라고 일컬어지는 이금주 기수와 이신영 기수는 여성이 전무한 환경 속에서 남성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주며 경마의 여성시대를 열었다. 이금주 기수는 은퇴 후 대학교수로, 이신영 기수는 2011년부터 여성 1호 조교사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렇게 '맏언니'들이 활로를 터준 덕분에 20년이 지난 현재 서울·부경·제주 경마장에는 10명 내외의 여성기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그 중 한국경마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여성 기수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혜선 기수다.
2009년 데뷔한 김혜선 기수는 남다른 승부욕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내로라하는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그는 2013년 여성 기수 최초 프리 선언, 2017년 여성 최초 대상경주 우승, 2021년 300승 달성, 2022년 하루 3개 국제교류경주 석권 등 어딜 가나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닌다. '여자 경마 대통령', '경마의 여왕'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여성 기수에 대한 편견도 함께 깨지고 있다.
특히 그는 2017년 코리안 오크스 대상경주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여성 최초로 우승하는 영광을 안았다. 해당 경주에서 단승식 56배, 복승식 475배, 삼복승식 1만7274배의 고액 배당을 터트리며 얼마나 어려운 경주를 승리했는지를 엿 볼 수 있다. 김혜선 기수는 "내가 여성이라는 게 부각되기보다는 그저 기수로 불리며 차별 없는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상과 소통하며 후배들에게 영감을 주는 김혜선 기수, 그의 도전은 'ING'
금년도 들어 무섭게 승승장구하고 있는 김혜선 기수가 돌연 지난 2월 초 경주를 마지막으로 경마장에서 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향후 조교사로서 인생2막에 도전하기 위해 지난 한 달 간 활동을 잠시 중지하고 조교사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또 가장 중요한 시기에 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래를 위해 끊임없는 도전에 나서는 김혜선 기수는 무엇보다 아들에게 "떳떳한 엄마, 강한 엄마"가 되고 싶다고 했다. 1m54cm의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그의 놀라운 힘의 원천은 바로 '모성애'가 아닐까 싶다.
육아와 일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을 것 같은 그는 짬짬이 시간을 내어 SNS나 유튜브를 통한 팬들과의 소통도 활발히 하고 있다. 육아를 시작한 이후 영상 업로드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유튜브는 자주 못하고 있지만, 대신 젊은 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SNS에 자신의 근황을 올리며 상시 소통하고 있다. 기수가 되고 싶은 후배들도 SNS를 통해 연락한다고 한다.
스스로를 '관종'이라고 언급한 김혜선 기수는 자신의 다양한 활동이 "팬들이나 후배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경마에 대한 이미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행동도 조심하게 되고 타의 귀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라고 말했다. 이어서 "저 또한 주변의 응원 덕분에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어서 항상 감사드린다" 라며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