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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비대면 '빚투'에 높은 이자율 적용…투자자 혼란 야기

강우진 기자

기사입력 2022-12-19 08:54 | 최종수정 2022-12-19 10:50


증권사들이 대부분의 개인투자자에 해당하는 비대면 계좌개설 고객들에게 보다 높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금융투자협회를 통해서는 저렴한 대면 계좌 개설 고객용 이자율을 전면에 공시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말 소비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지수가 반등하는 현상인 '산타랠리'를 겨냥해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많은 상황이라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6조원대에 수준이었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14일 기준 17조1870억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19일 자본총계 기준 증권업계 상위 증권사 10개 사(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하나·삼성·KB·신한투자·메리츠·키움·대신증권)가 금융투자협회에 공시한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에 따르면, 신한투자·메리츠·키움·대신증권 4곳만 비대면·대면에 관계없이 같은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었다. 나머지 6개 사는 비대면·대면 계좌 개설 고객을 구분해 이자율을 차등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대면 계좌 개설 고객에게는 신용 공여 기간에 따라 연 4.9%(1∼7일)부터 연 9.8%(91일 초과)까지의 이자율을 적용했다. 반면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에게는 이용 기간과 상관없이 이자율 연 9.8%를 적용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동일한 이용 기간과 고객 등급이어도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에게 최대 1.6∼2.1%포인트 더 높은 이자율을 적용해, 상위 3개사의 이자율 차등 적용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이자율의 차등이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증권사들이 거래 수수료 무료 등 이벤트로 비대면 계좌 개설을 유도하고 있는데 정작 대면 계좌 개설보다 높은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의 공시 또한 투자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전자공시 서비스 홈페이지에서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증권사별로 비교할 수 있도록 공시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투자협회가 대면·비대면 공시기준을 명확히 세우지 않고, 각 증권사 공시담당자들이 직접 등록하고 있어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대면 계좌 개설 고객용 이자율을 제시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고객들은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용 이자율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각 증권사가 첨부해 놓은 파일을 일일이 열어서 확인해야 한다.

증권사들은 이자율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는 이유로 업무 원가의 차이를 들고 있다. 이자율은 기준금리와 업무 원가 등 제반 비용이 반영된 가산금리를 합쳐져 산출하는데 비대면의 경우 시스템 개발 및 관리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업무 원가가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대면 거래 투자자들을 위한 시스템 개발비는 일회성 비용으로 장기적으로는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구조라는 반박도 나온다. 신용·재정 상태가 동일한 차주가 융자 접근 경로에 따라 다른 이자율을 적용받는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증권사들이 비대면·대면 계좌 개설 고객을 내부적으로는 성격이 다른 고객군으로 분류하고 있어 이자율이 다르게 적용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면 계좌 개설 고객 상당수가 해당 증권사와 오랜 거래 이력을 갖고 있는 고액 자산가라 증권사 입장에서는 거래 규모가 작고 충성도가 떨어지는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보다 신경 쓸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중금리 인상으로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최대 연 10%를 넘어서며 빚투에 나선 투자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졌다"면서, "은행권에서 금리에 따른 '대이동'이 있었던 만큼, 이자율이 투자자들의 계좌 이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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