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암 진단이 청소년 자녀의 건강을 취약하게 한다는 사실이 연구결과 확인됐다.
국내 여성암환자의 26%, 남성암환자의 10%가 자녀양육기인 30~49세에 암을 진단받는다.
암에 걸린 부모는 건강 악화와 의료비 부담으로 인해 자녀 양육이 어려워지며, 그에 따라 자녀의 삶의 질도 악화된다.
연구팀은 부모의 암 진단이 청소년의 건강실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2010~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부모가 암 진단을 받은 청소년 266명과 그렇지 않은 또래 대조군 3163명의 건강행동 및 정신건강을 비교분석했다. 부모가 암 진단을 받은 청소년은 암 진단 5년 미만과 5년 이상으로 구분됐다. 연령·성별·가계 월 소득은 조정이 이뤄졌다.
또래 대비 건강행동(이상체중, 음주, 흡연, 예방접종)은 부모가 암 진단 5년 미만인 청소년이 음주가 최대 1.7배, 독감 예방접종률이 약 3.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스트레스, 우울, 자살생각·계획·시도)은 부모가 암 진단 5년 미만인 청소년에서 자살을 생각·계획·시도한 비율이 또래 대비 최대 3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 증상은 또래와 유의한 차이가 없었지만 어머니의 암 진단 시에는 또래 대비 1.73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모가 암 진단 5년 이상 경과한 청소년은 음주, 독감 예방접종, 우울 증상, 자살생각·계획·시도 비율 모두 또래와 비슷했다.
즉 부모가 암 진단을 받은 청소년은 처음엔 큰 스트레스를 느끼며 심리적 취약성을 나타내지만, 암 진단으로부터 약 '5년'의 시간이 흐르면 고통에 적응하고 일반 또래집단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공공진료센터 김계형 교수는 "암환자가 암 진단 직후 신체적·정신적으로 가장 불안정하고 5년 정도 경과하면 안정을 되찾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 연구는 자녀 건강이 부모의 상태와 관련성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암 진단을 받은 청소년들의 적응과 회복을 돕기 위해 암 진단 후 1년 내 정신건강 검진이 최우선으로 필요하며, 진단 후 5년 내 흡연·음주를 예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게재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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