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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골침묵에 울고, 해트트릭에 웃는 기업들…"글로벌 광고효과, BTS·오징어게임과 어깨 나란히"

강우진 기자

기사입력 2022-10-11 13:40 | 최종수정 2022-10-14 08:25


◇농심 '신라면' 광고모델 손흥민.  사진제공=농심

손흥민의 득점에 울고 웃는 것은 팬들만이 아니다. 손흥민을 '얼굴'로 내세운 업계 광고주들 역시 그의 '골 침묵'에 좌절하고 해트트릭에 열광했다.

광고모델로서 손흥민의 파워는 압도적이다. '완판남'의 대명사로 광고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유한양행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2017년(190억원), 2018년(178억원) 하락세를 보이던 '안티푸라민' 매출이 2019년 손흥민이 광고를 맡은 뒤 204억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2020년 205억원, 지난해 244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동아오츠카도 지난해 3월 손흥민을 비롯한 토트넘 선수들을 생수 '마신다' 모델로 내세우면서 관련 패키지 매출이 전년 대비 41% 신장했다.

명실상부 '월드 스타' 손흥민에 거는 광고주들의 기대

이번 시즌 광고주들은 유독 손흥민에게 러브콜을 쏟아내고 있다. 세계적으로 높아진 손흥민의 위상과 다가오는 월드컵에서의 홍보 효과에 큰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차지한 후 그는 글로벌 스타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이후 79억명이 넘게 지켜보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광고모델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이었다. 특히 글로벌 시장 확대를 노리는 기업들은 손흥민을 모델로 쓰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맥락에서 손흥민의 '몸값'은 크게 올랐다. 업계에서는 계약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손흥민의 현재 모델료를 대략 6개월 기준 10억~12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높은 기대가 부담이 됐을까, 지난 8월 손흥민의 출발은 좋지 못했다. 2022~2023시즌 EPL 개막 후 초반 8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치면서 이전 시즌 득점왕으로서의 체면을 구긴 것.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던 일부 광고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표적으로는 지난달 6일 손흥민을 '신라면' 모델로 재발탁한 농심이 꼽힌다. 신라면이 미국, 중국, 유럽 등에 수출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축구 스타로 발전한 손흥민의 활약이 홍보에 핵심이었지만, 지난달 중순까지는 손흥민의 경기 결과에 가슴을 졸여야 했다.

지난달 손흥민을 광고모델로 처음 발탁한 메가엠지씨커피(메가커피)도 비슷한 상황. 메가커피는 국내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해외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손흥민의 활약이 필요했다. 메가커피 관계자는 "시즌 초반 부진으로 광고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우려도 일부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당시에도 손흥민의 가치가 잠깐의 부진으로 떨어질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롯데리아, 경남제약, SK케미칼 등도 올해 월드컵을 앞두고 손흥민을 광고모델로 내세워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매출 확대 등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어, 손흥민의 경기가 있을 때마다 마케팅 관계자들은 손에 땀을 쥐며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올해 처음으로 손흥민을 광고모델로 내세운 메가엠지씨커피.  사진제공=메가엠지씨커피
드라마틱한 해트트릭…막대한 광고효과 '재시동'

이 같은 우려는 두 달을 넘지 않았다. 손흥민은 지난달 18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스터시티와의 2022~2023시즌 EPL 8라운드 홈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팀의 대승을 이끌었다.

이날 그는 벤치에서 출발했다가 후반 14분 히샬리송 대신 교체 투입된 뒤 13분 만에 3골을 몰아치며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광고주들은 긴 부진을 떨쳐낸 활약에 환호했다. 시즌 첫 골을 기록한 뒤 고개를 숙인 그의 세리머니는 많은 시청자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삽시간에 국내외 커뮤니티 등에 퍼져나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토트넘 역사상 교체 투입으로 해트트릭을 달성한 최초 선수라는 타이틀까지 얻으며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손흥민은 이 기세를 몰아 국가대표팀에서도 연속골을 터뜨렸다. 지난 23일 코스타리카전에서의 극적인 프리킥 동점 골과 지난 27일 카메룬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헤딩골까지 넣으면서 광고주들을 웃음 짓게 했다.

농심 관계자는 "글로벌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농심의 목표에 글로벌 스타 손흥민의 활약은 큰 도움을 준다"며 "손흥민의 최근 활약과 이번 월드컵에서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롯데리아 광고모델로 나선 손흥민.  사진제공=롯데GRS
손흥민의 광고계 행보…월드컵 활약 중요

전문가와 업계에서는 현재 손흥민의 글로벌 영향력이 역대 스포츠 스타 중에서 최고 수준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류를 주도하는 하나의 키워드로 자리 잡은 만큼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기업들이 계속해서 영입 경쟁에 가세할 것이란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를 바탕으로 지난 2020년 말 기준 손흥민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2조원으로 평가됐다. 우리나라의 수출 증대 효과, 생산 유발 효과, 부가가치 유발 효과, 광고 매출 효과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해당 조사가 지난해 활약을 고려하지 않은 자료라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손흥민의 가치는 3조원를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그는 올해 3월과 5월 한국 기업 평판 연구소 스타 브랜드 평판 1위와 6월 광고모델 브랜드, 6~7월 스타 브랜드 평판에서 2위, 지난달 스타 브랜드 평판에서 3위에 오르는 등 브랜드 가치를 입증하기도 했다.

손흥민이 앞으로도 광고계에서 승승장구하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월드컵에서의 활약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드컵은 스포츠 팬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관심을 갖는 행사로, 활약은 곧 막대한 인지도 상승효과로 이어진다. 이를 의식한 식음료, 생필품, 금융, 스포츠용품, 의류, 제약 등 전반의 업계가 이미 그를 광고모델로 두고 있으며 영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손흥민이 골을 넣는다는 것은 이제는 국내를 넘어서 축구 팬이 분포한 다양한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이는 손흥민이 광고하는 제품에 대한 선호도로 전환되면서 매출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류에서의 손흥민의 영향력은 '오징어게임', BTS에 버금간다고 볼 수 있다"며 "월드컵이란 글로벌 행사를 앞두고 도약을 꿈꾸는 기업들이 손흥민의 활약에 이목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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