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골프장 사업 진출 '파워 워킹'…'런웨이가 된 그린' 직접 공략

"런웨이가 된 '그린', 이젠 직접 공략한다."

골프웨어로 '특수'를 누린 패션업체들이 앞다퉈 골프장 사업에 진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크리스에프앤씨, LF 등 내로라하는 패션업체들이 골프장을 직접 개발하거나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것.

업계 안팎에서는 골프웨어 시장에서 'MZ세대 파워'를 확인한 '학습 효과'가 패션업계의 골프장 사업 진출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4조6000억원이었던 골프웨어 시장 규모는 올해 6조3350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2030여성들이 '큰 손' 역할을 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3년 이하 골프 입문자 중 20~40대가 65%에 달한다. 노년까지 즐길 수 있는 골프 특성상, 젊은 세대의 대거 유입은 향후 시장에 플러스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골프 관련 마케팅 시너지 효과는 물론, 사업 다각화와 유동성 확보를 위한 신성장 동력으로 골프장을 '낙점'했다는 분석이다.

　◇'제44회 크리스F&C KLPGA 챔피언십' 대회 중 크리스에프앤씨 '핑 어패럴' 후원 선수인 이다연 프로의 스윙 모습.  사진제공=크리스에프앤씨

파리게이츠, 팬텀 스포츠 등 골프웨어 브랜드를 여럿 거느린 크리스에프앤씨는 경기도 안성에 대중제 18홀 골프장 개발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20년 골프장 관련 노하우가 풍부한 삼미건설의 지주사 삼미홀딩스가 설립한 에스씨인베스트의 지분 60%를 취득해 사업에 뛰어들면서, 기간과 시행착오를 줄였다는 설명이다. 현재 골프장 부지 토지매입을 끝내고 허가 과정이 막바지 단계에 있다. 올해 착공해 내후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크리스에프앤씨가 골프장 사업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마케팅 시너지 효과' 차원에서다. 크리스에프앤씨는 남녀 프로골프 선수 통틀어 25명 정도를 서브스폰서로 후원 중일 정도로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KLPGA 메이저대회인 '크리스F&C KLPGA 챔피언십' 타이틀 스폰서이기도 하다. 임대가 아닌 자사 골프장에서 대회를 치르게 되면 '상징성'과 '홈그라운드 효과'는 물론, 방송 중계 등을 통해서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크리스에프앤씨 관계자는 "MZ세대가 골프산업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미래 마케팅을 고려해 골프장 사업에 도전하게 됐다"면서, "골프장을 통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LF 헤지스골프에서 후원하는 허다빈 선수.  사진제공=LF

'종합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전환 중인 LF의 경우 '골프'를 테마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LF는 2025년 개장을 목표로 전남 광양에서 골프장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주사인 LF네트웍스와 구성한 LF컨소시엄을 통해 전남 광양시 구봉산 일대에 27홀짜리 골프장 등 숙박·휴양·레저시설이 포함된 관광단지 조성을 위해 2000억원을 투자했다. 광양시에서 LF 스퀘어 테라스몰을 운영 중인 LF는 라운딩과 쇼핑 연계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LF는 닥스골프, 헤지스골프 등 기존 골프웨어 라인에 2030을 겨냥한 더블플래그를 2020년 론칭했고 지난해에는 콜한 골프화를 선보이며, 골프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확대한 바 있다. LF 역시 헤지스골프를 통해 KLPGA 허다빈, 김우정 선수를 후원 중이기도 하다.

LF 관계자는 "골프장 사업 진출은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재도약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밝혔다. 골프 대중화로 인해 저변이 확대되면서,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많은 영향을 끼친 만큼, 이를 발판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LF 1분기 매출 중 패션 비중은 여전히 70%를 상회한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골프장 사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쌍방울그룹도 경기도 포천에서 골프장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20년 5월 쌍방울을 포함한 비비안, 광림, 미래산업, 인피니티엔티 등 5개 계열사가 각각 지분 20%를 출자해 설립한 SBW홀딩스를 통해 부지 매입 및 인허가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다. 쌍방울 관계자는 "수많은 인허가 과정이 필요한 골프장 건설사업 특성상 기존 골프장을 인수할 수도 있었지만, 다양한 경험과 더 많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직접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골프장 사업이 경기를 많이 타는 의류에 비해 안정적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505개 골프장을 이용객은 사상 처음으로 5000만명을 돌파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레저백서 2022'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골프 인구는 564만명으로 골프장 연간 이용 횟수는 평균 8.8회다. 특히 20대 여성 골퍼가 연간 16.3회로 가장 많이 이용했다. 또한 지난해 266개 회원제·대중제 골프장의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률(제주도 제외)은 39.7%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를 175개 대중제 골프장으로 한정하면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무려 48.6%에 달한다. 이에 따라 최근 골프장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른 상태다. 최근 포스코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잭니클라우스GC의 경우 홀당 160억원을 훌쩍 넘겼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시니어층이 골프 인구 확대를 주도했던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젊은층이 늘어난 데다, 여성 골퍼 유입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면서, "골프장 수가 수요를 못따라가는 현재 상황에서는, 해외 골프투어가 가능해지더라도 당분간 골프장 수익이 안정적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소형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