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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소비'에 '베블렌 효과'까지…루이뷔통·샤넬·에르메스 역대 최대 실적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22-04-24 09:52 | 최종수정 2022-04-24 09:58


'보복 소비' 추세가 확산되고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중시하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가 명품 시장 '큰손'으로 가세하면서, 지난해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등 주요 명품업체들의 실적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잇단 가격 인상으로 눈총을 받았던 이들 업체의 눈부신 실적은 허영심 또는 과시욕으로 인해 가격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인 '베블렌 효과(Veblen effect)'가 그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3대 명품'으로 일컬어지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을 합쳐 부르는 말)의 지난해 합산 매출은 3조2194억원으로, 역대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루이뷔통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0% 늘어난 1조4681억원으로 집계됐고, 영업이익은 3019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뛰었다.

샤넬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9296억원)보다 31.6% 증가한 1조2238억원 달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490억원으로 전년(1491억원) 대비 67%나 급증했다.

에르메스코리아 역시 지난해 매출은 5275억원, 영업이익은 1704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6%, 28% 늘었다.

다른 브랜드들의 실적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디올의 지난해 매출은 6139억원으로 전년보다 87%, 영업이익은 2115억원으로 102% 성장했다. 불가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48% 늘어난 2722억원이었다.

무엇보다 이런 호실적은 루이뷔통은 지난해 5차례, 샤넬은 4차례 등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지난해 제품 가격을 여러 차례 인상한 가운데 달성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가격 인상이 소비자들의 명품 구매 욕구를 꺾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빈번한 가격 인상은 '샤넬은 오늘 사는 것이 가장 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보복 소비' 트렌드가 명품 브랜드 실적을 견인한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해외 여행길이 막히자 여행 자금을 명품 소비로 돌리는 사람들도 늘어났고, MZ세대가 명품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며 '플렉스(flex) 소비'가 확산한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처럼 한국 시장에서 큰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해외 명품업체들의 한국 사회에 대한 기여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해외 명품업체들은 국내에서 벌어들인 이익의 상당 부분을 배당 등을 통해 해외 본사로 송금하고, 국내 기부금 지출액은 '쥐꼬리'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한회사인 루이뷔통코리아, 샤넬코리아는 지분의 100%를 프랑스 또는 룩셈부르크에 있는 본사가 소유하고 있어 고액의 배당금이 모두 해외 본사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다. 역시 유한회사인 에르메스코리아는 서류상 본사는 서울이지만 '에르메스트래블리테일아시아 Pte Ltd'란 이름의 싱가포르 법인이 회사의 유일사원으로 등재돼 있다.

'에루샤' 3사의 배당성향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에르메스코리아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76%인 960억원을 배당했다. 루이뷔통코리아는 69%에 달하는 1560억원을 배당에 할애했고, 샤넬코리아의 배당액은 당기순이익의 39%에 해당하는 690억원이었다.

반면 기업의 사회공헌도를 가늠할 수 있는 기부는 한 푼도 하지 않거나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

이익 규모가 가장 큰 루이뷔통코리아는 202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기부를 한 푼도 하지 않았다. 에르메스코리아는 매출액의 0.085%에 불과한 4억5835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샤넬코리아의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은 0.057%로, 7억원에 머물렀다. 특히 샤넬코리아는 노동조합이 근로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는 등 직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 논란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가격을 올려도 오픈런 등이 이어지는 만큼, 국내 시장에 진출한 명품업체들이 굳이 사회공헌 활동에 큰돈을 쓸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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