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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18일 자영업자들은 밀려드는 단체 손님 예약에 매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 종로1가의 한 고깃집 관계자는 "10명, 20명 단위의 단체 손님 예약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회사들이 회식을 재개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고씨는 거리두기 해제에 "환영이다. 이제라도 해제돼 다행"이라며 "지난주께부터 밤에 모임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빨리 매출이 회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부터 아르바이트생을 못 썼다. 이렇게도 못 버티는 사장들이 많다"면서도 "사람들이 '모임을 자유롭게 해야지'라며 두려움이 없어진 게 진짜 큰 변화다. 29개 테이블이 예전처럼 꽉 차는 걸 빨리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맞은편 칼국숫집 점장 김모(68)씨도 "장사가 너무 안돼서 문 닫기 직전이었는데 장사가 잘되면 아르바이트생도 다시 뽑을 것"이라며 "오늘부터 다르고, 내일부터는 또 다르지 않겠나. 일절 없던 술손님도 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악화할 대로 악화한 사정이 단기간 쉽게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는 반응도 있다.
인근 초밥집 사장 문학석(63)씨는 "조금 기대는 되지만 거리두기가 오래돼 사람들이 그에 적응한 것 같다"며 "이제는 아르바이트 구할 생각도 안 한다. 계속 영업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이제는 사회활동 좀 해보자"는 반응이다. '회식'에 대한 공포도 없지는 않지만 "마스크는 착용할지언정 일상생활은 돌아온 것 아니냐"고 반기는 분위기다.
경기도 화성시에 거주하는 5년 차 직장인 이모(27)씨는 "퇴근하고 동기들과 스트레스도 풀 수 있고, 친구들과 밀렸던 회포도 풀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그동안 회사와 집만 오갔는데 이제 마음 자체가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월 말에는 지인을 볼 겸 미국 여행도 다녀올 계획"이라며 "혼자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데 이제 팝콘을 먹으면서 볼 수 있다. 이런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이 돌아오는 게 설렌다"고 덧붙였다.
대학가도 봄과 맞물려 설렘이 가득 찬 분위기다.
고려대 재학 중인 홍지환(23)씨는 "2019년 이후 제대로 된 학교 행사가 열린 적이 없었는데 거리두기 해제로 신나고 흥분된다"며 "축제들이 정상화되는 것만으로도 기쁘지만 무엇보다 캠퍼스 라이프 자체가 정상화되는 사실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고 말했다.
홍씨는 "당장 오늘부터 학교 근처 술집들에 사람이 바글바글할 것"이라며 "동아리들도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혜화동 한 극단의 기획팀장은 "극장별로 좌석 절반을 사용하지 못했는데 이제 사용할 수 있어 좋다. 다만 거리두기 한 지가 오래돼 시민들이 야간 공연을 보는 데 익숙할지 모르겠다"며 "코로나 전처럼 관객 수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결혼식도 신혼여행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컸던 신혼부부들도 모처럼 활짝 웃고 있다.
지난 9일 결혼한 이승렬(29)씨는 "거리두기에 부득이하게 제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지만 6월에 다시 해외로 신혼여행을 하고 오려 한다"며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기쁘다"고 했다.
곧 예식을 앞둔 김민지(32)씨도 "여행사 통해 하와이로 신혼여행 예약을 했는데 항공료가 엄청나게 올랐더라"고 말했다.
서대문구 아현동에서 한복집을 운영하는 고희정(68)씨는 "신혼부부들 한복 수요가 늘 것 같다는 기대감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감염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초등학교 6학년생 아들을 둔 전주 완산구의 하승원(38)씨는 "아들이 축구를 하는데 코로나19에 걸릴까봐 걱정되는 마음이 조금 있다"며 "그래도 개인위생을 좀 더 신경 쓰는 방식으로 극복하려 한다"고 말했다.
여덟살 딸을 키우는 인천시 중구의 임철호(43) 씨도 "가족만 걸리면 모르겠지만 딸과 할아버지, 할머니도 찾아다니는데 연세 있는 분들이 위험할 수도 있어 그런 점이 걱정된다"고 했다.
한편, 거리두기 완화로 집회·시위 제한도 사라지면서 집회·시위 일정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30일 서울광장에서 약 5천 명이 모이는 '세계노동절기념문화제'를 열겠다며 지난달 말 서울시에 신고했다. 특히 다음 달 1일 노동절 전후 노동계 대규모 집회들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현 김윤철 안정훈 오지은 임지우 기자)
lisa@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