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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은 주로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인대가 파열되거나 연골이 떨어져 무릎이 아픈 경우가 다반사다. 반면 무릎 관절염은 나이 든 사람들 얘기다. 퇴행성 질환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잘 생기기 때문이다. 보통 엑스레이를 찍었을 때 60대에서는 60%, 70대에서는 70%, 80대에서는 80%에게서 무릎 관절염 소인이 보일 만큼 무릎 관절염은 나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이 외에도 무릎 관절염에 잘 걸리는 환자들을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도시보다는 시골 분들, 남성보다는 여성 그리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비교적 관절염으로 고생을 많이 한다.
농어촌에 사는 분들이 도시에 사는 분들보다 관절염을 많이 앓는 이유는 일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다. 농사일은 육체적으로 무척 고되다. 사실 나도 직접 농사일을 해보기 전에는 얼마나 힘든지 잘 몰랐다. 몇 년 전부터 방송 촬영 때문에 가끔 시골에 내려가 일을 거들고 있는데, 너무 힘들었다. 1시간만 일해도 무릎이 아프고 온몸이 쑤셨다. 농사일을 거들면서 '이 힘든 일을 어떻게 매일, 그것도 통증을 참고 견디며 할 수 있는지' 존경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소위 이골이 나서 그럴 것이다. 농사일에 익숙해져 일하는 동안 통증을 적게 느낄 수도 있고, 아파도 해야 하는 일이니까 견디면서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시골에 계신 환자분들은 주로 겨울에 많이 내원하는 경향이 있다. 한창 일이 바쁜 농번기 때는 도저히 시간을 못 내 아파도 참고 일하다 겨울 농한기 때 치료를 받기 때문이리라.
아파 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심정을 안다고 시골에서 농사일을 해 본 다음부터는 시골 어르신들이 내원해 고통을 호소하면 진심으로 그 마음을 읽게 된다. 10~20년 전만 해도 어르신들의 말씀이 공감이 안돼 건성으로 들었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환자들의 고통에 내가 안타까워지는 것을 보면 나도 나이가 들면서 철이 많이 든 것 같다.
하지만 아내의 아픔을 공감하는 데는 아직 서툴다. 아내는 작년부터 무릎과 어깨가 아프다며 고통스러워한다. 그런 아내에게 "집에서 찜질이나 하라"고 말한다. 무릎은 나이가 들면 아프고, 여성은 더 아프니 아내가 아픈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 나름 적당한 처방을 한 것인데, 아내는 무척 서운한 눈치다.
무릎 수술의 경우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8대2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무릎 수술을 많이 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폐경기 이후 여성이다. 폐경 전에는 남성과 여성이 큰 차이가 없다. 폐경 후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여성 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여성 환자의 비율이 크게 높아지는 것이다.
여성들의 생활습관도 관련이 있다. 지금은 과거보다 덜하지만 여전히 여성들은 쪼그리고 앉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자세는 무릎에 상당히 무리를 많이 준다. 또한 여성은 남성보다 허벅지 근육이 약하다. 허벅지 근육이 약하면 그만큼 무릎에 체중이 많이 실려 무릎 관절이 약해지기 쉽다.
마지막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관절염을 많이 앓는 이유는 형편이 어려워 일을 많이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관절이 아프면 적절한 치료를 받고 관리해야 하는데, 생계 때문에 하루도 일을 놓을 수가 없으니 계속 하고, 결국 관절염이 심해져 수술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은 몇 백만 원에 달하는 수술비용이 부담스러워 수술을 해야 함에도 엄두를 못내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요즘에는 국가에서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제도가 많다. 지자체에서도 도와주고, 노인의료나눔재단에서는 65세 이상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의료비를 지원해준다. 이밖에도 치료받을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있으니 비용 걱정 때문에 지레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로봇으로 가능하다. 로봇으로 수술하면 회복이 빨라 일상생활과 일터에 빨리 복귀할 수 있으니 하루라도 빨리 의료보험이 적용돼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의 부담을 덜어 드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도움말=힘찬병원 이수찬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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