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통신사, 알뜰폰 급증 위기감에 '가입자 뺏기' 논란

조민정 기자

기사입력 2020-11-29 09:58


최근 출시된 아이폰12에 힙입어 알뜰폰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일부 통신사가 '알뜰폰 가입자 빼앗기'에 열을 올려 빈축을 사고 있다. 이동통신사에 가입자를 빼앗기기만 하던 알뜰폰이 이제는 이통시장 판도를 좌지우지하는 모습이다.

29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6일까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번호이동 수는 순감했으나 알뜰폰 번호이동 수가 순증했다.

SK텔레콤 1만3314건, KT 8444건, LG유플러스는 5916건이 각각 순감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SK텔레콤 망을 쓰는 알뜰폰 번호 이동은 2486건, LG유플러스 망을 쓰는 알뜰폰은 2만8707건 늘어났다. KT 망을 쓰는 알뜰폰 번호이동은 3519건 감소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아이폰12로 인한 자급제+알뜰폰 가입자 증가세가 두드러지면서 기존 자사 알뜰폰(MVNO) 파트너사를 중심으로 한 프로모션 등이 효과를 보게 돼 알뜰폰 가입자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일부 이통사들은 알뜰폰 가입자를 유치하는 유통망에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유인책을 펼치고 있다. '알뜰폰 특수'가 이어지자 이들과 상생해야 할 이통사가 불공정 영업으로 시장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례로 한 판매채널이 공개한 '정책표'를 살펴보면 KT는 이달 중 단발성으로 알뜰폰 가입자를 자사 번호이동으로 유치할 경우 유통망에 최대 42만원을 지급했다. 갤럭시A10e, 갤럭시A21, 갤럭시A31, 갤럭시폴더2 등 최신 저가폰 등이 대상이다. 특히 해당 정책표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고객을 유치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예외 조항을 두어 알뜰폰 가입자만을 타깃으로 했다.

다른 유통채널에서도 마찬가지로 알뜰폰 가입자를 유치하는 경우 판매점에서 5만원의 리베이트를 추가로 지급하기도 했다.

판매점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알뜰폰 업계 1위였던 CJ헬로가 LG유플러스에 인수된 이후 KT망 대신 LG유플러스 가입자만을 모으고 있다"면서 "일부 이통사들이 점유율 유지를 위해 알뜰폰 유치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MNO(이동통신)과 알뜰폰을 구별해 수수료 정책을 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알뜰폰 번호이동에 대해 일부 유통 채널에서 리베이트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뜰폰 업계는 아이폰12 출시 이후 알뜰폰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띄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인 이통사들이 시장 성장세를 가로막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통위 관계자는 "알뜰폰 가입자에 대한 차별행위가 지속되는지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행정 지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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