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J대한통운이 '물류 대란' 논란에 휩싸였다. 추석 연휴가 끝난 4일 이후 전국 곳곳에서 배송 지연 문제를 하소연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온라인 게시판에 계속 올라오고 있다.
"내 택배는 전국을 유람(?) 중" 이용자들, 배송지연에 불만 폭발…CJ대한통운은 "일시적 현상일 뿐, 다 해결됐다"고 주장
지난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CJ대한통운 터질 게 터졌습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올라온 사진이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해당 글에서 글쓴이는 "연휴와 코로나19로 물량이 넘쳐나는데, 상하차 하겠다는 아르바이트생도 없고 관리자들도 사실상 내려놓은 상태라고 한다"며 택배 물량이 가득 쌓인 허브센터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지자 일부 네티즌들은 '낮은 임금에 노동 강도는 높아 사람들이 못 버티고 나가는 일이 많았다'며 이와 같은 CJ대한통운의 '택배 대란'은 예견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CJ대한통운 측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속 작업자가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있고, 현재 언급되고 있는 용인허브센터에서 사용하지 않는 흰색 안전모를 쓰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일부 사진은 최근에 찍은 사진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어 "추석 연휴에 간선차량이 부족해 배송돼야 하는 물량들이 용인허브센터에 잠시 쌓였었던 것은 맞으나, 당일에 모두 해결했다"며 "현재는 배송에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온라인에서 말하는 배송 지연은 일반적인 일이며, 이를 두고 '물류 대란'이라고 언급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온라인에선 CJ대한통운으로부터 택배를 받지 못했다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2일 CJ대한통운을 이용한 소비자는 "지난 5일에 택배 발송이 됐다고 나왔는데, 6일 이후로 움직이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1등 브랜드다운 통 큰 투자와 위기 관리가 부재한 점을 문제로 지적하는 목소리 또한 높다.
CJ대한통운은 추석 연휴 전부터 '배송 지연 현상'을 안내해왔다. CJ대한통운은 지난달 21일 올린 공지에서 "최근 비대면 문화 확산과 함께 추석 선물 등 물량 증가로 인해 일부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며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했다.
따라서 CJ대한통운이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부터 배송 지연 문제가 벌어질 것을 충분히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결국 소비자들에게 큰 불편을 불러일으킨 점만큼은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업계 1위' CJ대한통운, 영업이익 급증하는데 노동 환경 개선 위해 얼마나 투자했나
민주노총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 강북구에서 택배 배송 업무를 하던 CJ대한통운 택배기사 A씨가 사망했다. 20년 경력의 택배기사인 A씨는 매일 오전 6시 30분에 출근해 밤 9~10시에 퇴근하며 하루 평균 400여개의 택배를 배송했다고 택배연대노조는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A씨의 갑작스런 사망은 과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가 평소 앓고 있던 지병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 측에 따르면 올해 과로로 사망한 택배 노동자 8명 중 5명이 CJ대한통운 소속이었다. 노동계는 CJ대한통운의 노동 환경이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추정 사망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재 CJ대한통운은 국내 택배 시장에서 50%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한다. 이는 업계 2위인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점유율(약 14%)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올해 상반기 CJ대한통운의 택배 처리량 또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0% 증가했다. 올해 3분기에도 지난해 3분기보다 26.5%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CJ대한통운은 코로나19로 인한 최대 '수혜' 기업답게 지난 2분기에 호실적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8% 늘어난 839억원이었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2조65000억원과 362억원으로 각각 2019년 2분기 대비 4.5%, 105.4% 증가했다.
증권업계에서는 CJ대한통운이 3분기에도 상승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CJ대한통운의 3분기 매출액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3% 증가한 2조7600억원, 영업이익은 14.1% 오른 1013억원으로 추정했다. 류 연구원은 "순이익은 389억원으로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다시금 영업익이 1000억원선을 회복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택배시장을 선도하는 CJ대한통운은 하루빨리 충분한 인력 충원 등의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영업이익이 급증한 만큼 소비자들을 위한 서비스 개선, 노동환경 개선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야할 것"이라며 "만일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 계속 유지된다면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 등 경영진들의 책임론까지 불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지난 2011년말 대한통운을 인수한 후 2013년 CJ GLS라는 물류업체와 합병시켰다.
박근희 현 CJ대한통운 대표는 2018년 8월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합류한 후, 같은 해 10월부터 CJ그룹의 지주회사인 CJ주식회사의 공동대표를 겸직했다.이후 박 대표는 지난 3월 책임 경영 강화 차원에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 후 CJ대한통운 대표로서의 역할에 전념하고 있다.
한편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이번 택배기사 사망 사건과 관련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현재 고인의 사인과 관련해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며,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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