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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지나니 가을 기운이 누리에 가득하다. 설악의 단풍은 하산을 시작했고, 내륙의 강가에는 아침 안개가 자욱하다.
찬바람과 함께 천고마비의 계절도 다시 돌아 왔다. 때를 맞춰 제철 미식거리도 곳곳에 넘쳐난다.
그 중 올해는 꽃게가 풍어다. 연평도부터 아래 칠산까지 서해안 황금어장 그물에는 살이 꽉 찬 꽃게가 주렁주렁 매달려 올라오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지친 시절, 왕성한 가을 입맛을 채워줄 꽃게로 계절의 미각을 느껴 보면 어떨까.
글·사진 김형우 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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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초순, 바람은 서늘한데 햇살은 따갑다. 고운 단풍도 아직 이르다. 이 같은 간절기에는 제철 별미를 통한 계절맞이가 제격이다.
가을이 익어갈 무렵엔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특히 서해안은 이맘때 미식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꽃게, 전어, 대하 등이 별미거리로 오르내린다. 그중 국민생선격인 꽃게가 단연 으뜸이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 속살이 야들야들 고소한 꽃게는 왕성한 가을 입맛을 채워줄 최고의 식재료다.
이즈음 서해안 최고의 황금어장을 품고 있는 연평도, 충남 서천군 월하성포구, 부안~영광 칠산어장 등지에서는 꽃게잡이가 한창이다. 올가을 서해5도 연평어장의 가을 꽃게 어획량은 지난해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인천 옹진군과 옹진수협 등에 따르면 연평어장에선 가을 꽃게 성어기가 시작된 지난달 1일부터 14일까지 총 22만 8645㎏의 꽃게가 잡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1만 7672㎏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연평어장 꽃게를 위탁·판매하는 옹진수협에서는 암꽃게가 ㎏당 1만 5000원선, 숫꽃게가 ㎏당 1만 9000원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올 봄 어획량 감소로 '금게'로 둔갑한 때(암꽃게가 ㎏당 평균 3만2000원선에 거래)에 비하면 가격이 대폭 내렸다.
충남 서천 월하성 앞바다에서 꽃게를 잡고 있는 어부 김영두씨는 "올 가을은 어부생활 중에 기억에 남을 만치 꽃게 작황이 좋다"고 근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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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은 그야말로 미식의 보고다. 특히 늦봄~초여름 사이, 그리고 가을철엔 꽃게가 별미다. 일반적으로 봄꽃게는 알이 꽉 차 간장게장으로 제격이고, 요즘 것은 살이 토실해 찜으로 최고다.
우리가 흔히 꽃게장 전문식당에 가면 연중 노란 알이 꽉 찬 꽃게를 맛볼 수 있는 것도 다 봄철 건져 올려 급랭해둔 덕분이다. 7~8월은 산란기 이후 금어기로 이어지는 때이고, 규제가 풀리는 9~10월에도 꽃게가 많이 잡힌다. 하지만 이때는 살이 많은 대신 알배기 꽃게가 없다. 따라서 가을 꽃게는 주로 무침용, 찜과 탕용으로 많이 사용한다.
꽃게잡이 어부들은 "갯가 사람들은 가을 꽃게를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봄꽃게 처럼 알은 없지만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하기 때문이다.
꽃게는 동해안 대게맛과는 또다르다. 대체로 동해안의 어패류가 시원한 맛을 낸다면 서해-남해안 등 뻘이 발달한 곳에서 건져 올린 것들은 그 맛이 훨씬 오묘하다. 김치에 비유하자면 마치 젓갈을 듬뿍 넣고 담근 전라도 김치의 맛이라고나 할까.
국민생선격인 꽃게는 우리 조상들도 좋아하는 별식이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맛이 달콤하고 좋다. 부채 모양의 다리로 헤엄을 잘 친다'고 묘사하고 있다. 정약전의 예리한 관찰력이 꼭 들어맞기라도 하듯, 서양에서도 꽃게가 수영을 잘한다며 'swimming crab'이라고 부른다.
꽃게는 2년생 한 마리의 산란수가 2만개가 넘는다. 따라서 예로부터 민화 속 게는 다산의 상징으로도 통했다. 아울러 장원급제 기원의 의미도 담고 있었다. 게의 딱딱한 등껍질을 갑(甲)으로 보고 으뜸(甲)으로 해석했던 것이다. 아울러 열심히 걸어 다니는 게의 습성을 부지런함으로도 새겼다. 따라서 반가에서는 자녀들이 가정을 꾸리면 등용과 출세, 다산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게 그림을 선물하기도 했다.
한편, 꽃게는 간장게장, 무침, 찜, 탕 등 다양한 요리로 맛볼 수 있다. 도시에서는 주로 간장게장 정식을, 산지에서는 더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데, 포구에서 맛보는 신선한 꽃게찜이란 달달하기까지 하다.
간장게장 게딱지에 따끈한 밥한 숟가락을 넣고 비벼 먹는 맛도 꿀맛이다. 특히 요즘은 간장게장을 짜지 않게 담가 먹기에 부담도 적다. 나트륨 섭취에 신경을 많이 쓰는 분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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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꽃게 요리는 맛은 있으되 점잖게 먹기가 어렵다. 딱딱한 껍질에서 살을 제대로 발려 먹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즘 산지 식당에서는 아예 가위와 투명 비닐장갑을 상위에 함께 챙겨 준다. 맛난 음식 앞에서는 잠시 체면을 내려 두고 후회 없이 즐기라는 배려다.
맛난 꽃게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도 있다. 목포의 꽃게살 무침이 그것이다. 부드러운 꽃게의 생살을 발려 양념에 무쳐내 먹기가 편하다. 부드러운 꽃게 살과 고추 가루, 마늘, 생강, 간장 등 매콤 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지니 여느 양념꽃게장과는 또 다른 차원의 맛을 낸다. 특히 뜨거운 밥에 쓱쓱 비벼 한 숟갈 오물거리자면 혀에 척척 감기는 듯 한 부드러움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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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이달의 수산물 '꽃게' 선정
해양수산부는 가을에 맛이 차오르는 꽃게를 10월 이달의 수산물로 선정했다.
꽃게는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힘이 강해 강장식으로도 통하는 영양덩어리다. 필수 아미노산인 아르기닌과 라이신이 풍부해서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타우린도 다량 함유되어 원기 회복, 간 기능 개선, 콜레스테롤 저하 등에 효과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칼슘도 풍부해 어린이의 성장과 노인들의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꽃게는 가시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온 등딱지 부분이 마치 바다로 돌출된 육지인 '곶'을 닮았다 하여 본래 '곶게'라고 불리기도 했다.
해양수산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수산물 할인행사인 '대한민국 찐 수산대전'을 11월 말까지 진행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10월 26일부터 진행될 예정인 '코리아 수산페스타'에서는 이달의 수산물인 꽃게와 갈치를 비롯한 다양한 수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행사 공식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국민 여러분께서 '대한민국 찐 수산대전'을 통해 제철 맞은 꽃게와 갈치를 저렴하게 구입하여 즐겨보시기 바란다"면서 "이번 행사가 코로나19 확산과 태풍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수산업 종사자들에게 작으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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