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은 호황, 처우는 부실'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과로사 논란

김세형 기자

기사입력 2020-07-16 08:08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의 사망사고가 최근 발생했다. 올해 7월 초까지 두 번째다. 사망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망 택배노동자의 유족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조(이하 택배노조)는 과로사라고 주장한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물량을 소화하면서도 제대로 된 처우를 보장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휴식시간 보장 등의 문제를 꾸준히 제기했지만 외면 받아왔다고도 했다. 최근 2년간 CJ대한통운 소속 택배노동자의 사망사고가 계속 되고 있는 만큼 회사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특수라지만…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아 온라인쇼핑과 택배업계는 최근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 사이 홀로 사투를 벌인 건 택배기사다. 택배기사는 특수고용직이다. 노동기본권 적용을 받지 않아 휴식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 대체인력이 없어 마음대로 쉬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생계유지를 위해선 많은 물량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 택배회사는 택배기사들의 과로 문제가 제기될 때면 "배송기사의 처리 물량이 수입과 연결되는 만큼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밝혀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많은 택배 물량 처리에 따른 수익은 택배기사보다 택배회사가 더욱 크다는 점에서 회사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CJ대한통운(4.7%), 롯데글로벌로지스(2.4%), 한진택배(2.2%) 등 택배회사는 배송단가를 인상했지만 택배기사의 배송 수수료에는 반영이 되지 않았다. 지난해와 올해 택배기사의 평균 건당 수수료는 700원에서 800원 수준에 불과하다. 2018년 기준 배송 건당 수수료 738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택배기사가 개인사업자인 만큼 자신의 배달 물량 조절을 통한 건강 관리가 가능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택배사 측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택배기사와 대리점, 본사의 복잡한 계약 구조로 인해 물량 조절은 사실상 힘들다. 일반적으로 택배기사는 지역의 택배 대리점과 계약을 한다. 대리점은 본사와 계약을 한다. 각 계약서에는 일정 수량을 책임지고 배달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택배기사가 다치거나 몸이 아파서 쉬게되더라도 할당된 배달량을 채워야 한다. 대체 인력을 활용할 수 있지만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가 만만치 않다. 택배기사의 배달 건당 수수료는 700원~800원이지만 대체 인력을 할용할 경우 수수료가 적게는 1500원부터 많게는 2000원 가량으로 증가한다. 택배기사가 자신의 물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식의 대응이 아닌 건강한 근로활동에 나설 수 있는 근본적인 구조개선 등이 시급하다는 것이 택배노조의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택배사 측은 사망사고가 발생할 때면 대책 마련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택배회사와 대리점, 택배기사로 구성된 복잡한 계약 구조를 앞세워 책임회피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CJ대한통운의 상황도 비슷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CJ대한통운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CJ그룹 차원에서 중기, 소상공인 관련 상생을 적극 외치고 나서는 것에 역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택배사고 사망 관련 사고가 유독 CJ대한통운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탓이다.

15일 택배노조에 따르면 지난 4일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근로자가 사망했다. 택배노조의 설명을 종합하면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택배 물량으로 제대로 된 휴식을 보장받지 못해 발생한 과로사라는 주장이다. 지난 5월 CJ대한통운 소속 택배 노동자가 숨진 이후 2개월만의 일이다.


지난 4일 고인이 된 택배노동자는 CJ대한통운 소속으로 7년간 택배 배송 업무를 해왔다. 평소 지병은 없었다는 게 유족 측의 설명이다. 대신 택배기사 일을 하는 동안 가슴통증을 자주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유족 측은 아침 7시에 출근해서 가장 늦게는 밤 11시30분까지 근무를 하며 300곳 이상의 배달에 나서는 등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 왔다고 강조했다.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의 사망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광주에서 40대 택배 노동자가 택배업무 도중 돌연사 했다. 하루 평균 14시간 가량 600개에 달하는 물량을 처리하는 등 업무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택배업계는 유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택배노동자의 처우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택배노동자는 원청인 택배회사가 위탁업체를 선정해 다단계식 개인사업자로 분류, 52시간 근무제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택배회사의 매출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CJ대한통운의 경우 택배업계 1위인 만큼 매출 증가 폭이 더욱 크다. 2분기 기준 CJ대한통운의 택배 처리량(하이투자증권 추정치)은 3억8544만박스다. 전년대비 20%가 늘었다. SK증권 측은 2분기 CJ대한통운의 택배 매출액은 7573억원으로 전년대비 17.9%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코로나 이전에도 장시간 노동에 힘들어하던 것이 택배노동자였다"며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물량 때문에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고, 제대로 된 휴식이 필요하지만 몸이 좋지 않아 쉬려고 하면 해고위협을 받거나 배송비보다 2~3배 비싼 비용으로 대체배송을 강요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택배근로자의 사망사고는 특수고용직의 처지를 악용하며 택배노동자에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원청 CJ대한통운에 책임이 있다"며 "지속적인 요구에도 장기간 노동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발생한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택배노조는 과도한 노동에 허덕이는 배달기사들에 대해 안전대책도 주문했다. CJ대한통운은 올해 2명의 택배기사 사망사고 외에도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한차례 이상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상 안전 관련 대책 마련을 미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사망사고는 아니지만 울산의 CJ대한통운 소속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피를 토하면서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는 게 택배노조 측의 설명이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은) 더 이상 택배기사는 노동자가 아니고, 자신들의 직원도 아니라는 무책임을 멈춰야 한다"며 "더 이상 대리점 소장들을 방패 삼아 뒤로 숨지 말고 사장(원청)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J대한통운의 대책 마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에 개선책을 요구하는 동시에 도의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택배노조는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 사망 관련 원인 규명 및 노동실태 파악을 위해 진상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택배노조는 "원청인 CJ대한통운이 진상조사에 참여하거나 협조해 달라"고 요구했다.

"전 사업장 건강관리 프로세스 도입 중"

CJ대한통운은 택배근로자 사망 사고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건강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모든 사업장에 혈압측정기를 설치하는 등 자가건강 관리를 강화하고 있고, 택배 종사자들이 안전하게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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