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암요법연구회는 최근 2020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된 주요 임상 결과를 분석하고 국내 암 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진행성 위암 또는 위식도접합부(GEJ) 선암종을 대상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진행된 무작위 2상 DESTINY-Gastric01 결과에서 엔허투는 표준항암요법과 비교해 우월한 객관적 반응율(51.3% vs 14.3%)을 나타냈으며, 이를 기반으로 허셉틴 등 2가지 이상의 이전 요법을 받은 HER2 양성 전이성 위암 또는 GEJ 선암종을 대상으로 혁신치료제로 지정됐다.
유방암과 달리 허셉틴 외 다른 HER2 표적치료제의 효과를 입증하는데 줄줄이 실패해 왔던 HER2 양성 전이성 위암에서 10년 만에 새로운 HER2 표적 치료제 옵션으로 기대를 모았다. 엔허투는 위암 외에도 HER2 양성 전이성 직결장암과 비소세포폐암을 대상으로 각기 시행된 임상에서 매우 유의미한 효과를 나타내면서 HER2 양성인 다양한 암종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주목받게 됐다.
HRAS 돌연변이를 가진 두경부암·침샘암·방광암 환자에게 파르네실전달효소 억제제인 티피파닙을 사용한 예비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 연구의 교신저자로 박세훈 교수(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가 참여했으며 반응률은 두경부암에서 50%, 침샘암에서 8%, 방광암에서 24%로 나타나 향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을 기반으로 하는 항암 치료에 있어 중요한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다.
CHRYSALIS 임상에서 기존 EGFR 표적치료제에는 효과가 없었던 EGFR exon 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새로운 EGFR 및 MET 항체인 아미반타맙의 안전성 및 효과도 발표됐다.
글로벌 신약 1상 임상인 이 연구의 제 1저자로 참여한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연구진 박근칠 교수(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는 "아직 1상 시험이지만, 이미 수차례 항암치료를 받아온 환자를 포함해 약 36%에서 암의 크기가 작아지는 이른바 부분반응을 보였고,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암이 자라지 않는 억제 효과를 보인 환자까지 포함하면 총 67%에서 임상적 이득을 보였다"며 "부분반응을 보였던 환자들 14명에서 반응 지속기간이 10개월(중앙값 기준)로 나타나 이는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1상 시험의 중요한 결과 지표 중 하나인 안전성 측면에서도 발생한 부작용 대부분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암 치료에 있어 수술 및 방사선, 항암 치료 등을 시행하기 위해 다양한 진료과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미국 NCCN(미국 종합암네트워크)진료 지침을 비롯한 여러 국제, 국내 진료 지침에서는 암환자의 치료를 위해 다학제적 접근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다학제 진료가 암 환자의 예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번 ASCO에서는 다학제 진료가 암 환자의 생존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초록이 발표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미국의 3개 주에서 2011~2017년 사이에 비소세포폐암으로 진단, 치료받은 환자 6259명을 대상으로 다학제 진료를 받은 환자군(A군)과 다학제 진료를 받지 않은 대도시 환자군(B군), 다학제 진료를 시행하지 않은 지방 환자군(C군)으로 나눠 후향적으로 분석했다.
NCCN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할 때, 다학제 진료를 받은 환자군은 환자가 진단받은 병기에 가장 선호되는 치료를 받은 비율이 더 높았다(A군 66% v B군 57% v C군 48%).
또한 다학제 진료군에 비해 다학제 진료를 시행하지 않은 대도시 환자군은 사망의 위험도가 40% 높았고, 지방 환자군은 7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연구진 임승택 교수(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혈액종양내과)는 "이 발표는 다학제 진료를 권고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여러 진료과가 협업하는 다학제적 암 치료에서 혈액종양내과는 가장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혈액종양내과는 조기 암에서부터 진행성 및 말기 암, 호스피스 케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복잡한 암 치료를 위해 최적화된 치료 방침을 세우고 적용하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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