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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산업이 진짜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19의 기습강타로 마사회는 적자 경영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전쟁 등 경마가 불안정하게 개최되던 때를 제외하면 첫 적자가 되는 셈이다. 이미 3월 한 달 휴장으로 8000억 원의 매출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문제는 마사회라는 기업의 적자로 그칠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경마산업, 승마산업, 말생산업 등 말산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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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2월 23일 임시휴장에 돌입한 이래 휴장 기간을 계속 연장하고 있다. 하루 평균 8만5000명이 찾던 과천, 부산·경남, 제주 경마공원과 30개 지사에는 적막만이 가득하다. 초유의 한 달 휴장으로 마사회의 경영에도, 경마 상금이 주 소득인 기수, 조교사, 관리사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경마상금을 주된 수입으로 삼고 있는 경마 관계자들은 1110여명. 경마를 정상 시행하면 한 달에 평균 200억 원 가량의 경마상금이 발생하는데 경마 중단으로 경마상금을 받을 수 없어 수입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마일 근무하는 근로자 약 5000여명 또한 휴업상태로, 휴업수당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경마일 경비·환경미화 근로자들도 줄어든 일거리 덕에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경마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달보다 30% 적은 월급을 받아 들게 되었다.
특히 올해 미국에서 씨수말 '오버애널라이즈'를 고가에 수입하는 등 우수한 국산마 생산을 위해 과감히 투자한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는 이번 3월 경매 무산으로만 약 5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자협회 김창만 회장은 "코로나 사태로 경주마 생산농가의 피해도 막대하다. 다른 나라들은 온라인 마권 발매가 가능하여 관람객 없이도 경마를 정상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경주마에 대한 수요가 큰 변화 없이 유지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질적으로 우리나라만 온라인 발매가 막혀 있는데, 경마 정책은 단순히 한쪽 면만을 보지 말고, 산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마 팬들에게 우승마 추리를 위한 경마정보를 제공하던 경마전문지 판매업자들과 ARS와 SMS로 정보를 제공하던 통신매체들도 당혹스럽기는 매한가지다. 경마전문지 및 통신매체 예상 시장은 연간 약 300억 규모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번 휴장으로 25억 원의 매출이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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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공원 내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 바로마켓, 인근 상권, 민간승마장도 깊은 시름
한편 경마와 삶을 함께하는 사람들도 걱정은 마찬가지다. 세 개 경마공원에는 총 26개의 식당이 매 주말마다 고객을 받고 있는데 이번 휴장으로 인해 약 8억6000만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당뿐만이 아니다. 과천, 부경, 제주 경마공원과 30개 지사에는 71개의 편의점이 입점 되어 있다. 전체 편의점의 평균 월매출은 약 14억에 달한다.
특히 작년부터 경마공원 내 식당과 편의점은 소상공인과 사회적 약자가 주로 운영하고 있어 더욱 심각한 생계 피해가 우려된다. 과천 경마공원 인근에 위치한 식당들도 경마일인 금, 토, 일에 식당을 찾는 손님이 80%가 줄어 시름에 잠겨 있다.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인 바로마켓도 멈췄다. 바로마켓은 연간 147만 명이 찾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코로나로 인해 바로마켓도 일시 휴장함으로써 참여하는 140개 농가의 판로가 막혔다. 3월 한 달 동안 11억 원의 매출이 증발할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휴장기 동안 인근 대형마트에 단골 고객들을 빼앗기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빨리 물러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봄을 맞아 승마인들을 기다리고 있던 민간 승마장들도 허탈하기 그지없는 모양이다. 올해 마사회는 일반 시민 4000명과 사회공익직군 종사자 5000명을 대상으로 승마 강습 지원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일정을 연기했다. 성인 4000명과 정신적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회공익직군, 즉 소방관, 교정직, 방역직 공무원 5000명에게 심리적, 신체적 안정을 선사하는 프로그램으로, 전국 승마장에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코로나로 '잠시 멈춤' 상태에 들어갔다. 승마로 인해 건강과 힐링을 얻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강습을 기대하고 있던 승마 교관들과 마필관리사들도 당장의 생계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460여개의 승마장 연 매출은 600억을 뛰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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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산업에 적신호가 켜지자 국가 곳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경마매출액 중 73%는 구매자들에게 환급되고, 16%가 레저세,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로 납부된다. 2019년 마사회의 매출액은 7조 3572억 원으로 그 중에서 레저세로 7357억 원, 지방교육세로 2943억 원, 농어촌특별세로 1471억 원이 납부되었다. 그러나 이번 경마 중단으로 세수가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달 휴장으로 1000억원 이상의 세수가 증발하는 것이다. 특히 마사회가 납부하는 레저세, 지방교육세는 지방세로서 지자체가 재정적으로 자립하기 위한 필수 요건인데, 거둬들이는 지방세가 감소함에 따라 지역경제 발전에 영향을 끼칠까 우려된다.
마사회는 코로나 블루가 말산업 전반을 잠식하지 않도록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긴급 지원에 나섰다. 우선 경마상금이 주 수입원인 기수, 조교사, 관리사에게 지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경마 미시행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200억 원 규모 내에서 자금을 무이자로 대여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착한 임대인 운동'에도 동참했다. 사업장 내 입점한 업체들에 대해 경마 미시행기간 동안 임대료를 받지 않고, 미시행 기간만큼 계약기간을 연장해주기로 결정했다.
코로나 발생 두 달, 마사회는 3월 26일에서 4월 9일까지로 경마 운영 중단기간을 추가 연장했다. 이에 따라 약 1조1000억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미증유의 적자 경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관련 산업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말산업은 하나의 생태계와 같아서 어느 한 부분이 교착되면 연쇄적으로 다른 부분도 불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위기에 빠진 말산업이 과연 어떻게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고 정상 궤도에 오를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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