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아버님이 누구니, 부마의 명예 높일 자마들의 격돌 주목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20-02-06 14:26


지금이순간의 자마인 심장의고동. 사진=한국마사회

선천적 재능이 중요한 탓인지 유독 스포츠계에는 부모의 실력을 꼭 빼닮은 부전자전 스포츠 스타들이 눈에 띈다.

DNA 힘은 경마계의 선수, 경주마들에게도 유효하다. 경마는 혈통 스포츠로 불릴 만큼 좋은 유전자가 곧 명마 탄생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좋은 혈통을 가진 씨수말의 몸값이 수천억 원에 달하기도 한다.

지난 2014년 5월 10일, 서울 경마공원에서는 흥미로운 경주가 있었다. 바로 외국에서 수입해 온 최고 씨수말과 국내 씨수말의 자마가 아버지의 명예를 걸고 맞붙은 것. 최강 씨수말 '메니피'의 자마인 '아비처럼'과 국내 첫 삼관마 '제이에스홀드'의 자마 '부전자전'이 출전했다. 리딩사이어 '메니피'에 대한 기대감으로 경주 전 '아비처럼'의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경주결과는 반전이었다. 국내 씨수말의 자마인 '부전자전'이 '아비처럼'을 제치고 우승한 것이다.

한국경마에서 활약하는 국산마들은 대부분 '메니피', '한센', '엑톤파크' 등 한국마사회가 도입한 해외 씨수말들의 자마였다. 그렇기에 '부전자전'과 같은 국산 씨수말의 자마가 해외 씨수말의 자마를 제친다는 것은 한국경마산업에 있어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금이순간'과 '경부대로'의 끝나지 않은 경쟁을 주목하라

지난 19일 열린 '세계일보배'의 주인공은 4세마 '심장의고동'이었다. '심장의고동'은 2012년 '코리안더비' 우승마 '지금이순간'의 자마다. 이에 지난해 '코리안더비' 출전 당시엔 한국 경마 최초 부자(父子) 동반 우승을 노리며 주목 받기도 했다. 다만, '심장의고동'의 '코리안더비' 성적표는 2위에 그쳤다. 하지만 이후 '일간스포츠배'에서 우승하며 국산 씨수말의 자마로는 최초로 대상경주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 여세를 몰아 국산마 최고의 경주인 대통령배에 입상했다. 올 첫 대상경주인 세계일보배에서 우승하는 등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금이순간'은 2012년 '코리안더비'에 우승하며 최강 3세마로 이름을 떨쳤다. 이듬해에도 '마주협회장배' 등 대상경주에서 잇달아 우승하며 경주마로서 최고의 영광을 맛본 후 이른 나이인 4세 경주마 은퇴 후 씨수말로 전환했다. 2014년 씨수말 전환 후 2015년~2016년 태어난 자마들이 현재 경주마로 활약을 시작하고 있다.

'지금이순간'이 서울에서 활약했다면 같은 시기 부산 대표마는 '경부대로'였다. 둘은 같은 나이로 2012년에서 2013년까지 총 7번의 대상경주에서 붙었다. 이 중 '지금이순간'이 5번의 우위를 가져갔다.


그러나 '지금이순간'이 이른 나이 전성기 구가 후 씨수말로 전환한 것과 달리 '경부대로'는 5세에 전성기를 맞이했다. 2014년 '대통령배'에 이어 '그랑프리'까지 우승하며 쟁쟁한 외산마를 제치고 최강마 왕좌에 올랐다. '경부대로'는 2016년부터 씨수말로 전향해 작년부터 자마들이 경주마로 활약을 시작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데뷔한 '라온여걸'이 5번 출전해 2번 우승, 1번 준우승의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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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라이벌이었던 '지금이순간'과 '경부대로'는 최강 국산 씨수말로서 2차전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두 라이벌의 자마 성적을 눈여겨본다면 경마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국산 씨수말의 가능성 입증에 따른 한국 경마 선순환 체계 기대

'지금이순간', '경부대로'와 같은 국산 경주 퇴역마들이 성공적으로 씨수말로 전환되고, 씨수말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다면 그만큼 한국 경마산업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다. 값비싼 해외 씨수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며 국산마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국산마의 해외 진출 가능성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6월에는 또 하나의 전설적인 경주마 '파워블레이드'가 은퇴 후 씨수말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파워블레이드'는 2세마 최고 경주 '브리더스컵' 우승, 3세 때는 '트리플크라운 시리즈' 지정 3개 경주를 모두 우승하며 한국경마 최초의 서울·부경 통합 삼관마가 됐다. 4세 때 '그랑프리'까지 우승하며 전설적인 경주마의 반열에 오른 바 있다. '파워블레이드' 역시 '부전자전' 자마들을 통해 국산 씨수말 경쟁에 뛰어들 것이다. 역대급 국산 경주마로 평가받는 '트리플나인'도 언제 씨수말로 데뷔할지도 관심거리다. 곧 시작되는 교배시즌을 앞두고 과연 '메니피'와 '한센'의 아성에 도전할 최강 국산 씨수말은 누가 될 것인지 경마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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