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웃고 야쿠르트-귀뚜라미 울고' 외식업 진출한 재계 2·3세의 '너무 다른' 성적표

이미선 기자

기사입력 2020-01-16 08:55


재계 2·3세들의 외식사업 진출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교적 해외 경험이 풍부한 이들은 '뜨는' 글로벌 브랜드를 일찍 접하며, 새로운 소비 스타일을 경험할 기회 또한 많은 편. 트렌드에 민감한 외식업계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뿐더러, 수익 다변화의 일환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외식업 진출을 시도하게 된다.

이선용 전 아시안스타 대표가 1992년 패밀리레스토랑인 'TGI프라이데이'를 처음 들여오면서 본격화된 이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는 2·3세가 늘어나면서 만족할만한 성적표를 받는 경우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식품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의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조차 너도나도 외식업 창업에 뛰어드는 가운데 이들의 성적 또한 희비가 엇갈리고 있으며, 체면치레조차 쉽지 않은 경우도 나오고 있다.

에너지그룹 삼천리가 하는 외식사업, 수익다각화의 모범사례

도시가스 기업인 삼천리는 현재 경기도 13개 시와 인천광역시 5개 구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삼천리는 도시가스 사업이 정체되자 신규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이러한 노력 가운데 외식업도 눈에 띄는 분야 중 하나다.

삼천리그룹은 2008년 삼천리ENG 외식사업부문(SL&C)을 통해 본격적으로 외식업에 뛰어들었으며, 최근 들어 더욱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그중 2011년 론칭한 차이797(CHAI797)은 프리미엄 중식 레스토랑으로, 식재료 본연의 풍미를 살린 건강한 브랜드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차이797은 현재 22개의 직영매장이 운영중이며, 지난해에만 6개 매장이 오픈을 하는 등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또 2017년 론칭한 바른고기 정육점은 독특한 숙성법으로 탄생한 '육즙 한우 등심' 등이 인기를 끌며 한우 전문점으로 자리잡았다.

삼천리그룹 외식사업 부문은 이만득 삼천리그룹 명예회장의 세 딸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이은선 상무가 주도해온 분야. 미국 버클리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이 상무는 2010년 6월 삼천리 전략본부에 합류, 주로 신사업 개발 파트에서 생활문화사업 진출을 주도해왔다.

삼천리 관계자는 "외식분야의 신규사업을 강화하면서 실적면에서도 긍정적인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천리의 외식사업 부문은 2017년 165억원의 매출과 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8년 매출은 전년 대비 46% 상승한 241억원을 기록, 영업이익은 12억원을 달성하는 등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연이은 폐점에 내부거래 의혹까지…닥터로빈·코코브루니는 '울상'

그러나 재계 2·3세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외식업은 꼭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었다.

2006년 설립된 프랜차이즈 닥터로빈은 최진민 귀뚜라미보일러그룹 명예회장의 3녀인 최문경 이사의 주도 아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큰 화제를 모았다

50년 전통의 보일러명가 귀뚜라미보일러그룹도 스포츠와 레저, 외식업 등을 통해 사업다각화 전략을 펼쳐왔다. 그 중 닥터로빈은 귀뚜라미그룹 외식사업 계열사로 설탕, 버터, 동물성 크림을 100% 사용하지 않으며, '건강하고 맛있는 외식을 제공하자'는 목표의 카페형 레스토랑이다.

현재 닥터로빈은 전국 기준 19개 매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닥터로빈은 미국 LA 월셔 1호점, 파사데나 2호점을 운영해왔으나 현재 모두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귀뚜라미그룹의 내부거래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 닥터로빈이 그룹의 지원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2017년 말에는 최문경 이사가 운영하는 닥터로빈의 미국 LA 패서디나 매장 건물의 소유주가 최진민 회장이었고, 최 회장이 이 부동산을 닥터로빈에 무상 증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귀뚜라미 그룹 관계자는 내부거래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 부동산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후 매장 확대 계획 등에 대해서는 "매출과 관련해 수익성 위주의 홍보활동을 펼치기보다 건강한 먹거리제공을 위한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외식업 경기 불황에 입점제의가 와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야쿠르트의 상황도 비슷하다. 윤덕병 한국야쿠르트 회장 별세 후 외아들인 윤호중 부회장이 관여했다고 알려진 코코브루니가 그 예.

코코브루니는 2010년 야심차게 등장, 초콜릿 베이커리 메뉴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비슷한 상품들을 출시하는 다른 커피전문점들이 많아지면서 경쟁력을 잃자 속속 폐점을 결정해 23개까지 늘었던 점포는 2020년 1월 현재 광명점과 압구정점에 단 두개 매장이 남아있다.

특히 지난해 6월 폐점한 서울 한남점은 코코브루니의 1호점으로 플래그십스토어 역할을 해온 곳이다. 브랜드를 대표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한남점 폐점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또한 이를 두고 코코브루니는 압구정, 삼청동 등 주로 임대료가 비싼 곳에 입점해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었던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국 코코브루니는 2018년 말 한국야쿠르트의 자회사인 비락에 인수합병됐다.

한국야쿠르트 측은 "코코브루니를 오프라인 매장 위주에서 코코브루니만의 제조기술력을 살려 OEM(주문자가 요구하는 제품과 상표명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 전문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야쿠르트는 기존의 발효유 제품 뿐만아니라 신선식품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면서 "시장 변화에 맞춰 한국야쿠르트의 온라인몰 '하이프레시'를 개편하는 등 온라인 채널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전문가들은 "단순히 사업 다각화를 위해 해외에서 인기있는 브랜드를 들여와 재미를 보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외식업 트렌드 또한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진입 장벽이 낮다고 쉽게 생각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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