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제일은행, 금융당국과 잇단 '엇박자'…'먹튀' 논란 재점화

김소형 기자

기사입력 2019-07-11 12:42


최근 국내 철수설이 불거졌던 SC제일은행이 소비자보호 및 포용적 금융, 일자리 창출 등 다방면에서 금융당국과의 '엇박자'로 도마에 올랐다. 또한 수익 악화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배당금 등을 본사로 송금하면서 국내 투자 등에는 소홀하다는 '고질적 문제' 또한 재점화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올들어 결정된 호주계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맥쿼리은행의 서울지점 폐쇄와 인도해외은행의 국내 철수에 이어,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SC제일은행의 한국 철수 가능성에 대한 전망들이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SC제일은행은 "구조조정 및 대규모 감원, 한국 철수 가능성 등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그러나 SC제일은행측이 지속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흐름과 엇갈린 행보를 보이면서, 불안한 시선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소비자보호평가 '낙제점'에 대출고객 정보 관리 부실 제재까지…

지난 3일 금융감독원은 대출고객에 대한 정보가 포함된 전산원장 관리를 허술하게 한 SC제일은행에 과태료 2000만원을 부과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문책사항은 '전산원장 변경 통제 불철저'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장애나 오류에 의해 전산원장을 변경할 때 변경 전후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를 운용해야 한다. 그러나 SC제일은행은 복수의 부서가 여신 고객정보가 수록된 전산원장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변경 전후 내용을 자동으로 기록하거나 보존하지 않았고, 변경된 여신 관련 정보가 정당한지에 대한 별도의 확인 절차도 진행하지 않았던 것이 적발됐다.

특히 이는 지난해 소비자보호 평가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은행·보험·저축은행·증권 등 66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2017년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중 '민원관리시스템 구축 및 운용' 부문에서 '미흡' 등급을 받기도 했다. 민원 통보가 부족하고 제기된 문제를 사전 예방·재발 방지로 연계시키는 활동이 잘되고 있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은행권에서는 유일하게 '미흡' 평가를 받아 체면을 구긴 바 있다. 특히 SC제일은행은 총 10개 부문을 각각 '우수·양호·보통·미흡' 4개 등급으로 나눈 평가에서, 미흡 1개 항목 외에도 양호 5개와 보통 4개를 받아 단 하나의 우수 항목도 받지 못했다.

포용적 금융·일자리 창출 '나몰라라'…금융당국 노선에 '역주행'

"최근 금융의 공공성이 강조되면서 서민·중소기업 지원, 금융소비자 보호 및 사회공헌 확대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수익성 하락이 예상된다."

SC제일은행은 1/4분기 사업보고서에서 현재 국내 금융시장 환경을 이같이 진단했다. '시장 변화에 맞는 자산운용, 영업전략 차별화 등 경영환경 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해법으로 내놓긴 했지만, 이같은 진단이 시사하는 바는 가볍지 않다는 지적이다. 포용적 금융과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금융당국과의 불협화음이 우려되는 대목이라는 것.

우선 SC제일은행은 포용적 금융의 대표 격인 중소기업 대출에 '인색한' 수치를 보이며, '국내시장 홀대 논란'에 불을 지폈다.

SC제일은행의 지난해 중소기업 원화대출금 잔액은 전년도 4조2626억원 대비 15%(6342억 원) 감소한 3조6284억원이다. 대기업 원화대출금 잔액이 전년의 3조2885억원 대비 18% 증가한 3조8907억원인 것과 대조되는 수치다. 특히 이는 국내 시중은행들의 지난해 중소기업 원화대출금 잔액이 전년 대비 10% 안팎 늘어난 것과도 차이가 크다. 또한 올해 5월말 기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술신용대출도 전년 대비 33.9%나 줄어 빈축을 사고 있다.

한편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의지 또한 확고한 가운데, SC제일은행의 신규 채용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현재 금융위는 금감원, 금융연구원, 노동연구원 등과 합동으로 '금융권 일자리 창출효과 측정계획'의 일환으로 시중은행 8곳과 지방은행 6곳 등에 대한 조사를 통해 8월 중으로 분석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6년 674명에 달했던 SC제일은행의 신규 채용이 올들어서는 잠잠하다. 10일 SC제일은행에 따르면, 올해는 대규모 공채 진행 계획이 나오지 않았고 필요할 때마다 충원하는 수시채용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현재 경영상황에 맞는 운영이 우선"이라면서도 "최대한 정부 방침을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속되는 '먹튀 논란'…고배당·거액 자문료도 도마에

외국계 은행의 '국부유출 논란'과 '먹튀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특히 SC제일은행은 수익 악화 속 고배당을 실시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SC제일은행의 지난해 총 당기순이익은 2213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2736억원에 비해 19.12% 감소했고, 지난 1분기 순이익 또한 전년 대비 12.5% 감소한 7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SC제일은행은 지난해 1120억원의 결산배당과, 올해 초 50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잇따라 결정하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앞서 SC제일은행은 순손실을 기록한 2014년 등에도 거액의 고배당을 계속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는 등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지난 3월 열린 정무위에서는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외국인이 100% 주주인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적자 상태에서 배당을 해 논란이 됐다"며 "한국을 떠나는 사전 수순이 아니냐는 의혹을 자초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한국씨티나 SC제일은행은 조금 과다하긴 했다"며 "시장 불안정성과 불안감을 조금 초래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외에도 자문료와 로열티 개념의 판관비 증가, 임원진 보수 급증 등에 대한 지적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올해 초 중간배당은 기업 수익을 주주에게 지급하는 일반적인 배당의 경우와 달리, 보통주자본만으로 구성됐던 SC제일은행 자본구조를 후순위채권 발행과 함께 보완자본으로 확대 다변화하는 한편, 후순위채권 발행에 따른 유동성 과잉으로 자본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것을 배당을 통해 적절하게 조절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또한 고배당 논란 등에 대해 "이제 국내 금융시장 위주의 시각에서 벗어나 글로벌 마인드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SC제일은행의 입장에 대해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들이 금융당국 방침에 비껴가는 행보를 계속해서 보일 경우, 국내 시중은행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면서, "규제에서 다소 자유로운 외국계 은행의 장점만 누리고,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할 경우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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