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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동호회·취미: 달팽이&카페] 느림에서 얻는 '힐링'…"사촌인 골뱅이도 안먹어요"

장종호 기자

기사입력 2019-04-16 08:39


"꼬물꼬물 움직이는 모습이 귀엽지 않나요?"

달팽이 키우기 동호회원이 직접 달팽이를 기르며 느낀 감정을 전한 말이다.

사실 연체동물인 달팽이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요리, 화장품, 애니메이션, 노래 정도다.

이런 가운데 달팽이를 키우면서 재미를 얻는 동호회가 있다. 바로 '달팽이&카페'.

이들로부터 달팽이의 매력과 에피소드 등을 들어봤다.


최근 '벚꽃 감성'에 맞게 꽃잎을 등에 지고 있는 달팽이.


통상 4~5년 수명…색소 분해못해 '음식=변' 색깔 동일


전 세계적으로 달팽이는 약 2만 종류가 살고 있으며, 국내에는 약 50종류의 토종 달팽이가 서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뼈가 없는 달팽이는 주로 껍데기 안에 몸을 넣어 사는데 평균 껍데기 지름이 2~4㎝, 높이는 3㎝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것으로 생육환경과 종류에 따라 수 십㎝까지 껍데기가 자라기도 한다.

사실 달팽이는 식용과 애완용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이 가운데 애완용으로 길러지는 달팽이는 주로 백와, 흑와, 금와 등 외래종과 동양달팽이, 명주달팽이, 충무띠달팽이 등 토종이 있다.

달팽이는 배 전체가 발 역할을 하는데, 건조한 곳을 지날때에는 점액을 분비해 미끄러지듯이 이동한다.

달팽이 머리에는 두 쌍의 촉각(더듬이)이 있다. 짧은 더듬이는 후각을 느끼는 데 사용하며 긴 더듬이에는 작고 검은 눈이 달려 있다. 다만 시력이 매우 약해서 명암만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대부분의 달팽이는 암수한몸(자웅동체)으로 알을 낳아서 번식하는데 많게는 한 번에 한 쌍이 200개의 알을 낳는다.

달팽이의 수명은 예상보다는 길다. 생육환경과 종별 차이는 있지만 통상 4~5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이한 것은 달팽이에게는 쓸개와 같은 소화 기관이 없어 음식물은 소화하고 흡수시키지만 색소를 분해하거나 흡수하지 못해 먹이의 색소를 그대로 변으로 내보낸다. 즉, 달팽이는 먹은 음식의 색상에 따라 대변의 색상이 달라진다.


달팽이 어미와 새끼 등 가족들이 한 자리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모습.


"달팽이는 느림의 미학"…분양시엔 한 마리에 수 만원도

이러한 달팽이를 키우며 삶의 재미를 느끼는 '달팽이&카페'(이하 달팽이 카페).

약 15년전 시작된 달팽이 카페에는 전국에 3만1000여 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가입비·회비 등이 없는 순수 동호회로 회원들의 주 연령층은 10~40대, 남녀 성비는 2대8 정도로 여성회원의 수가 압도적이다.

동호회의 공식 오프라인 모임은 없지만 지역별 '번개모임'은 종종 이뤄진다.

소리를 낼 수 없는 것은 물론 애정표현도 못하는 달팽이를 이들은 왜 애완동물로 키우는 것일까.

회원들은 달팽이 특유의 귀여움, 사육 용이성, 마음의 힐링 등을 꼽는다.

달팽이 카페를 이끌고 있는 이지민 대표(작가지망생)는 "바삐 돌아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느릿하게 움직이는 달팽이를 보고있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면서 마음의 여유와 함께 힐링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회원은 "말도 통하지 않던 달팽이들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간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밖에 "어린 자녀에 정서교육 차원", "털 없고, 소음 없고, 냄새가 없어서" 등의 현실적 이유도 있었다.

달팽이의 사육환경은 약 25도의 온도와 60~80% 수준의 습도를 유지해주면 된다. 먹이는 1~2일에 한차례 정도면 충분하다.

이 가운데 습도는 매우 중요한 환경 요소인데 달팽이는 피부로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바닥재는 촉촉한 코코피트(코코넛 껍질을 가공한 배양토)가 적합하다.

잡식성인 달팽이는 각종 야채와 과일, 곡류뿐만 아니라 밀웜, 두부 등도 먹는다.

다만 파인애플, 오렌지 등 과한 산성의 먹이는 피하는 게 좋다. 또한 소금이 들어간 음식을 먹이면 죽을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애호박, 엿기름 등은 달팽이들의 선호 먹이이며, 씻어말린 계란껍데기나 굴 껍질 등은 최대 영양식이다. 칼슘을 보충해주면 달팽이 껍질이 튼튼해져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달팽이는 채집과 분양을 통해 키우기 시작한다.

주의할 점은 무문별한 채집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이 대표는 "자칫 자신의 욕심 때문에 생태계 균형을 깨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엔 자연환경 파괴로 예전보다 도심에서 달팽이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회원들의 아쉬움이다.

분양가격은 종에 따라 다르지만 1마리에 평균 수천~수만 원대에 형성돼 있다. 그러나 이곳 카페에서는 회원들간 대부분 무료 분양을 하고 있다.

이밖에 간혹 마트에서 사온 야채에 붙어오는 달팽이들도 있다. 이때 회원들은 '심봤다'를 외치기도 한다.

죽은 달팽이 위한 추모공간 마련…골뱅이·우렁도 가급적 안먹어

달팽이 카페에는 '삶을 다한' 달팽이를 추모하는 공간도 있다.

카페내 '하늘로 떠난 달팽이들'이라는 방에 죽은 달팽이 사진을 올리면 다른 회원들이 함께 슬픔을 나누고 죽음의 이유에 대해 서로 의견 제시를 한다.

이때 회원들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팽이 나라로 갔어요', '삼가 고팽팽의 명복을 빈다', '하늘의 별이 되렴' 등의 댓글을 남겨 위로한다.

이같은 달팽이에 대한 애정은 자연스레 회원들의 '입맛'에도 변화를 주기도 한다.

이 대표는 "대부분 회원들은 달팽이뿐만 아니라 같은 복족류인 골뱅이, 다슬기, 우렁 등을 이용한 음식을 가급적 안먹는다"고 귀띔했다.

달팽이의 최대 적은 초파리, 개미 등의 곤충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위협은 스트레스다.

지나친 관심과 애정 표현은 자칫 생육발달을 저하시키고 불안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달팽이 키우기의 또다른 어려움은 질병이다.

이 대표는 "달팽이를 진료해줄 수 있는 동물병원이 없기 때문에, 경험담을 나누고 해외 사이트에서 검색하는 방법으로 직접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 달팽이를 키우고 싶은 사람들에게 동호회원들은 책임성을 강조한다.

이 대표는 "같이 어울려 살아가는 대상이나 가족으로 여기고 키워야 한다"며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아예 시작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사전에 달팽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정보 등을 학습한 뒤 양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달팽이는 종류와 생육환경에 따라 최대 수십 센티미터까지 자라기도 한다.

손위에서 꼬물꼬물 움직이는 달팽이를 바라보는 아이. 달팽이 키우기는 어린 자녀의 정서교육에 아주 좋은 취미활동이라고 동호회원들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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